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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January 11th, 2009 2 comments

미네르바가 구속되었다. 나는 학교 선배가 메신저를 통해 보내준 두 세 문단 정도 분량의 일부분을 본 적은 있어도, 아고라에 가서 미네르바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최근 정부가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면 ‘전문대 출신의 30대 무직자’ 한 명 구속시키는 건 참 쉬운 일이다. 사실 언론사들의 ‘방송법 파업’ 직후라는 시기와 맞물려 (특히 사이버공간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정당한 것을 말할 권리, 평화를 추구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수감중인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해 왔다.

나는 20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나 금년의 촛불집회에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6개월 전 그 거리에 서 있었던 사람들이 지키려던 가치가 무엇인지는 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노무현이 불쌍해서 나왔을 수도 있고, 정말 미국산 쇠고기가 먹기 싫어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민주주의’다. 18세기 영국의 루소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해 ‘영국의 인민들은 의원을 뽑는 동안에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난 직후에는 다시 노예로 돌아가 버린다’고 말했지만, 21세기 한국의 민중들은 ‘헌법 제1조’를 부르짖으며 거리로 나섰다. 정권이 명박산성을 쌓고 물대포를 뿌려가며 기를 쓰고 촛불집회를 막은 것은 아마도 그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시 6개월 더 과거로 돌아가면 아마 2007년 12월 19일을 이야기할 것이다. BBK 사건, 도곡동 땅, (주)다스, 상암DMC 등 여러가지 ‘의혹’들에 비하면 미네르바의 ‘허위사실 유포’는 완전히 애교가 아닌가? 그러나 국민들은 그가 자신들의 다종다기한 ‘욕망’들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이른바 ‘대의제 민주주의의 꽃’ 선거에서 이명박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명박 특검’은…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조용히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사건인가 하면, 똥이 가득찬 변기통이 “이거 똥 아니예요”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래 그거 똥이 아니라 된장이야”라고 수긍해 준 꼴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결과는 온 국민이 합심하여 사기와 거짓으로 잘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면죄부를 준 셈이다.

사람들이 미네르바에 열광한 것과 이명박에 열광한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식과 펀드에 쏟아부은 돈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하여 반토막이 나고, 부동산의 꿈은 미분양 등으로 인한 주택경기 침체로 좌절된 상황에서 미네르바의 글들은 새로운 ‘욕망’이 되기에 충분했나 보다. 그리고 ‘엘리트 기업인’이 아닌 ‘30대 백수 무직자’ 미네르바에 대한 실망은 결국 우리가 욕망의 속살 위에 얇디 얇은 옷 한꺼풀 밖에 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는 헤겔의 말을 상기하며, 작금의 ‘미네르바’ 사태는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가 모두 망조에 이르렀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6개월 전으로 돌아갈 것인사? 아니면 1년 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나는 미네르바의 정체보다 그게 더 궁금하다. 그리고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