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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은총

October 18th, 2009 4 comments

Internet Archive: Wayback Machine에서 복구한, 2004년 7월 13일 작성(이글루스) 포스트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주장하듯 첫사랑이란 한 인간의 마음이 언젠가 한 번 느끼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주인공이 유달리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기쁜 순간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은총이 베풀어졌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특별한 은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처음 느낀 감정들로부터 가혹한 교훈만을 얻을 따름이어서, 잠시 보잘 것 없는 즐거움을 맛 본 뒤에 그들의 최선의 소망을 체념하고 눈 앞에 아른거리는 그 지고의 행복을 영원히 포기하는 것을 배우도록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Wilhelm Meisters Lehrjahre 』(민음사, 안삼환 譯) p.25 中

아, 그 ‘지고의 행복’ 나도 한 번 맛보고 싶다. -.-; 뭐야, 이 걸작을 읽으면서 이런 구절에 줄 긋고 있는 나는… 시험공부도 안 하고.

휴가가 필요해

February 5th, 2009 2 comments

월요일 밤부터 어제 밤까지 사르투누스의 아들이 되어 온 몸을 뜯어먹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장 심하게 아팠던 것이 아닌가 싶다. 몸살이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감기가 허리를 받치고, 알레르기성 비염이 구대성보다 완벽한 마무리투구를 선보였다. 화요일에는 입사후 처음으로 조퇴(물론 반차쓰고)했다. 어제 오후의 상태가 가장 최악이었는데, 퇴근 한 시간 전부터 코만 풀다가 퇴근을 했다.

몸이 아프고 퇴근을 했다고 해서 귀가한 것은 아니다. 어제 오후에 문자가 한 통 왔기 때문이다. “오늘 홍대에서 J 환송회하는데 올 수 있니?” J는 내가 가장 최근에 좋아했던 여성이다. 그녀는 금요일, 그러니까 내일 유학을 간다.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가지 않으려다가, 유학가면 앞으로 몇 년을 못 볼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그 몸을 이끌고(!) 홍대까지 갔다. 가는 길에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유서라도 써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땀도 안나고 눈물도 안나고 코도 조금 뚫리는거다. 이 무슨 마법같은 일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드디어 유학을 떠나는 J에 대한 대견함 반, 앞으로의 고생에 한 걱정 반으로 함께 소주를 진탕마시고 새벽 2시쯤 들어왔다. 오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우리 인터넷에서 자주 만나기로 해요. 고마웠어.” 그렇게 또 한 명의 사랑을 떠나보냈다.

막상 남아있는 나는, ‘중요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하다. 휴가가 필요해.

덧붙임 첫번째 :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다 나았다. 이 놈의 몸뚱아리! 술이 안 들어가면 뭐가 되지를 않아!

덧붙임 두번째 : J가 기억하는 나의 마지막 모습은 눈물때문에 눈이 퉁퉁 붓고, 코가 다 헐어버린 흉칙한 캐안습 몰골…이라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다. 휴, 나가지 말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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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 휴가가 필요해 (너의 다큐멘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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