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일요일 아침에 KBS에선 디즈니 만화를 이것저것 틀어줬었다. 정말 재밌는 만화가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스크루지 삼촌! 돈 속에서 수영하는 것이 취미인 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돈에 대한 욕심도 떨어지고, 돈 속에서 헤엄치는 것 따위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돈 속에서 헤엄치는 것이 가능한 나라가 딱 한 곳 있다. 짐바브웨다. 12500원만 투자하면 당신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주말 뉴스에 따르면 짐바브웨가 급기야 100조 짐바브웨 달러 화폐를 발행키로 했다고 한다. 100,000,000,000,000Z$!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웃을 일이 아니다. 식민자본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채 독립하여 현 무가베 정권이 독재를 시작한 지 28년, 엎친데 덮친격으로 콜레라까지 덮친 짐바브웨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채 45세가 되지 않는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가게에 가도 빵을 살 수 없어,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한다.
어쨌든 이 짐바브웨가 최근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을 지난 주말에 알게 되었다. 진중권이 단순히 사이버 모욕죄가 위헌판결을 받은 나라에 대한 예시로 짐바브웨를 든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중권의 선견지명이었나 보다. 오늘 슬픈분노할 수 밖에 없는 뉴스를 접했다. 이명박 정권이 하는 꼬라지가 콜레라보다 2메가배쯤 더 심한 구토를 유발한다는 것은 지난 1년동안 이 땅에 발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충분히 느껴왔던 사실이지만, 이제 사람까지 죽게 하니 정말 콜레라균보다 더 무서운지저분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촛불집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고, 화염병-그것도 신나비율이 높고, 안에 소금간도 친-이 당장이라도 등장할 시국이 되어버렸다. 나는 문득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떠올렸다(아무 연관도 없지만, 난 원래 이따위 연상만 하는 이상한 놈이니까). 시절이 어수선하니 내 주변에서도 불신과 패배주의가 판을 친다. 그러나,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에도 사랑은 있었으니까. 명바콜레라가 스크루지 삼촌의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든 말든 우리는 서로 믿고 신뢰하고 지켜주고 보듬으며 사랑으로 항해를 계속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덧붙임 첫번째 : 일이 너무 많아서 이틀밤 동안 6시간도 자지 못했는데, 잠이 확 깨는 뉴스를 차근차근 읽다보니 정말 피가 끊어오른다. 그러면서도 내가 주말출근에 야근까지 해가면서 하고 있는 일이 직·간접적으로 돌아가신 분들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젖어 글을 쓰고 있다.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한시바삐 찾아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런 회사를 찾는 건 ‘정직한 자본가’만큼이나 찾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덧붙임 두번째 : 꾸벅꾸벅 졸면서 쓰고 나니 마지막 문단이 한승수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그런 뜻 절대 아니다.
덧붙임 세번째 : 짐바브웨 공화국(Republic of Zimbabwe)이 공식명칭인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반투어로 ‘돌로 만든 거대한 주거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그레이트 짐바브웨에서 따 온 이름이다. 짐바브웨의 과거에는 몸을 누울 돌집이라도 있었지, 오늘 영면하신 분들은 집도 없이 가셨구나.
덧붙임 네번째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도 반투어는 낯선 언어겠지만, 우리는 반투어 단어를 하나 알고 있다. Ubuntu가 바로 반투어에서 온 이름으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덧붙임 다섯번째 : 워드프레스에서 두 줄 이상 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알았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