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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March 4th, 2009 8 comments

<Grand Mint Festival 2008>의 마지막날이었던 2008년 10월 19일 일요일. '유난히도 파랗던 하늘' 아래서 브로콜리 너마저는 마지막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보편적인 노래"가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더거가 "감사합니다. 브로콜리 너마저였습니다."라며 인사를 했고, 청중을 박수를 쳤다. '보편적인 노래를 주고 싶어'라는 첫 소절이 더거의 입에서 흘러나와 대기와 공명하던 그 순간부터, Loving Forest Garden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호숫가 공연장은 다른 소리를 잃었다. 더거와 계피의 목소리는 곧잘 흔들렸고, 악기들의 음도 가끔씩 흔들렸다. 게다가 공연장은 호숫가였으니, 기타나 베이스의 고충은 말이 아니었을게다. 그러니 여러가지 정황상 말 그대로 '너무나 평범해서 더 뻔한 노래', 그러나 이 뻔한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멍하니 듣고 있을 수 밖에. 그리하여 브로콜리 너마저의 희망과는 달리 도무지 '보편적'이 될 수 없는 '특별한' 6분 여의 시간이 흐르고 박수소리가 터져나올 무렵에도 나는 알 수 없었다. 이토록 오랫동안 정신적 무장해제 상태에 놓이게 될 줄은.

지난 석 달동안 브로콜리 너마저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로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라고 읖조리며, 이내 포기하고 다시 이들의 노래들을 무한반복했었다. 문득 그 석 달 동안의 결론을 어쭙잖게나마 얘기해보고 싶어져서 이 포스트를 쓴다. <보편적인 노래>에서 주의깊게 들어야 할 곡은 세 곡이라고 생각한다. "유자차", "보편적인 노래", "춤".

12번 트랙, 다시 말해 마지막 트랙인 "유자차"는 브로콜리 너마저가 선사하는 작은 소품이다. 살제로 이 노래의 등장자체가 아기자기하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정규앨범이 발매되기 보름이 조금 덜 남았던 11월 29일, YouTube에 "브로콜리너마저 1집 메이킹"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브로콜리 너마저 정규 1집 발매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꽤나 많은 팬들이 접속하여 2분 56초짜리 메이킹 필름을 감상했다. 이 동영상이 촬영된 날이 마지막 녹음이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 속에는 손가락으로 지휘를 하며 리듬에 몸을 맡기는 더거씨의 모습도 있고, 그 옆에서 기타를 두른 채 정체모를 댄스를 추고 있는 향기님도 있다. 헤드폰을 쓴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잔디씨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그 옆에서 머그컵을 든 채로 턱을 괴고 노래를 부르는 계피님의 모습도 보인다. 연습실 배치상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류지님은… 가끔 나온다. 이렇게 이 짧은 동영상에는 <보편적인 노래> 앨범을 만드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다양한 행복한 모습(빵먹는 부분에서 그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향기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브로콜리 너마저가 자신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첫 정규음반을 내자마자 활동중단을 하게 된 연유를 알 수는 없지만, 유자차를 마시기 위해 굳이 뜨거운 물을 끊이지 않아도 될 만큼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이제 지친 마음을 쉬어'야 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가 브로콜리 자신들을 위한 노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11번 트랙 "보편적인 노래"는 아주 훌륭한 '노래에 대한 노래'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말하자면, metasong이라고나 할까. 이 부류의 노래들의 최고봉은 김광석의 "나의 노래"였지만, 나는 이제 자신있게 "보편적인 노래"를 꼽겠다. 처음 들은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서, 노래만 들어도 정신적 무장해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는 이 노래만 들으면 명사와 대명사를 잊고, 형용사와 부사가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 노래에 대한 표현들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인용하기로 하자.

이것은 불가항력에 관한 노래다. 그렇게도 특별했던 순간들이 어느새 무너져 보편적인 기억으로 남아버리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아무리 아니라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붙잡을 수 없이 매몰차게 사라져버리는 감정의 곡선들이 있다. 우리가 정녕 슬픈 까닭은 이제는 무덤덤해 져서가 아니라 그다지도 뛰던 가슴이 차갑게 내려앉아 버렸다는 변화 자체를 자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섭리임을 알고 있기에 더욱 슬퍼지는 것이다. 형형색색 찬란했던 감정들이 무거운 잿빛으로 변해, 그 순간의 감정에 대한 기억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이미지의 껍데기만이 남는다. 이토록 쳐다보고 싶지 않은 진실, 슬프지만 진실인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끄집어내 노래하고 있는 브로콜리 너마저가 조금은 야속하다.

지기님의 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중에서

마지막으로 "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브로콜리가 팬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임에 틀림없다!고 설레발치려고 했으나,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사이 돌아와버렸다. 그러니,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자. 지금이야 소속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브로콜리 너마저도 붕가붕가레코드의 모토처럼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들의 음악에 CD구매와 콘서트 예매로 응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