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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April, 2009

자화상(自畵像)

April 13th, 2009 3 comments

선배는 술꾼이었다. 밤이 깊어도 가지 않았다.
황무지같이 텅 빈 술안주와 참이슬이 한 병 서 있을 뿐이었다.
선배는 술을 두고 오돌뼈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 술병으로 바람벽 한 전등불 밑에
지갑이 텅 빈 상황의 선후배.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술집을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고학번 선배의 무조건 원샷과
그 엄청난 술버릇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한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술이었다.
음주는 가도가도 너무 좋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폐인(廢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주당(酒黨)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해장 위해 먹는 탕(湯)의 국물에는
몇 방울의 술이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참이슬 가득 마신
취한 술꾼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2000년 9월의 어느 날 내가 남겼던 흔적. 우연히 발견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브로콜리 너마저 – ‘잔인한 사월, 늦은 아홉시’ 두번째 공연 단평

April 9th, 2009 14 comments

이 공연을 가기 위해 어젯밤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했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경기도 교육감 선거 투표를 하고 출근해야 했기에 5시 30분에 일어났다. 게다가 최근 야근을 계속 하고 있는 관계로 피로가 누적되어 졸려서 쓰러지기 직전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이 블로그는 네이버를 통해 ‘브로콜리 너마저’ 검색어로 하루 50~100명이 방문하는 블로그가 되어버렸으니, 간단한 소감을 올린다. 보다 자세한 후기는 언제고 시간이 될 때 다시 포스팅하겠다.

지난 공연 때만 해도 불안불안했던 브로콜리 너마저가 이제 완전히 돌아왔다. 내가 1주일 전에 본 밴드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면에서 지난 주를 압도(그러나 역시 이들의 복귀를 알린 지난 공연이 아직 좀 더 애착이 간다)하는 좋은 공연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 포스팅은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팬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의 흐뭇함을 표현하기 위한 포스팅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예상대로 덕원+여성보컬 중공군 라인이 안정을 찾으면서 기존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좋아지겠지. 단순히 앨범에 실린 곡들의 ‘재현’에 머물렀던 지난 번과 달리, 이번에는 중간중간 아기자기한 편곡 버전들이 공연을 더욱 맛깔나게 했다. 특히 앵콜곡 “끝”의 편곡은 정말 좋았다. 향기의 기타소리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사람들이 웃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 지난 공연에 이어, 이번 공연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녹음을 했다. 이번에는 최고 음질로 녹음을 해서 뒤에 있었는데도 더욱 사운드가 좋다. 주말쯤에는 두 번의 공연을 편집하여 나만의 부틀렉을 만들 생각이다.

공연도 좋았지만, 피곤에 지친 몸에 엔돌핀이 마구 분비된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지난 공연에 이어 오늘도 나와 함께한 SJ와 밥을 먹고 있을 때, 우리가 밥을 먹고 있던 식당에 잔디씨를 필두로 브로콜리 너마저가 들어왔고, 그/녀들은 우리 옆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었다. 공연이 끝난 후, 나는 얼마 전 내 블로그에서 약조했던 대로 향기씨의 싸인을 받았다. 사실 이 두 에피소드 사이에는 내가 배꼽잡으면서 웃었던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나중을 위해 자세한 얘기는 생략한다.

다음 공연은 부디 주말에 열렸으면 좋겠다. 예매는 좀 더 힘들어지겠지만, 양복입고 싸인받으려고 남아있는데 정말 쪽팔렸다.

어쨌든, 굿나잇. 이제 죽은듯이 잘꺼야.

출사표

April 6th, 2009 2 comments

나는 현재 야근중이다. 아마도 새벽쯤에 퇴근할 듯… 지난 공연만과는 사뭇 다른 제목의, 이른바 싱글앨범 발매’기원’공연… 나의 분노가 전해졌을리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예매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지난 공연의 분위기와… 최근 며칠간 내 블로그로 유입되는 리퍼러의 99%가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솔직히 좀 불안하다. 하지만 지난 공연의 일행이었던 SJ에게 나는 오늘 이렇게 말했다.

(오후 12:39:39)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나 오늘 정말 바빠서 죽고 싶다… 후… 쉴새없이 휘몰아 친다
(오후 12:40:05) SJ: 근데 수욜 갈 수 있어?
(오후 12:40:15) SJ: 밥은 먹었냐…
(오후 12:41:28)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ㅇㅇ
(오후 12:41:30)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뭐 안 되면
(오후 12:41:33)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양도하면 되고 ㅋㅋ
(오후 12:42:23) SJ: 크크크
(오후 12:42:40) SJ: 쨌든 일단 제것도 예매부탁
(오후 12:43:55)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ㅇㅇ
(오후 12:43:59)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비채속도로
(오후 12:44:12)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파릇파릇한 젊은 브로콜리 팬들에게
(오후 12:44:22)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를 두루 섭렵한
(오후 12:44:33) SJ: 크크크크크
(오후 12:44:40)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온라인 15년차
(오후 12:44:51) [suksim] Somewhere Only We Know: 키보드워리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어
(오후 12:45:11) SJ: 본때를보여줘

온라인 15년차의 무서움을 보여주겠다. 이제 10분 남았다…

덧붙임(10시 9분) :
10시 1분 예매완료. 나의 순위는 698등. 간당간당함. 장강의 뒷물결 앞에 온라인 15년차는 무릎을 꿇었다.
10시 4분 덕원의 명의로 공지올라옴. “예매마감”
10시 7분 브로콜리 너마저 홈페이지 트래픽 초과… 6-_-; 이봐요들 트래픽 좀 추가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