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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January, 2009

별 헤던 낮

January 25th, 2009 4 comments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글을 보다가 떠 오른 신입사원 시절의 어느 하루.
싸이월드에 적었던 것을 블로그에 옮긴다.

———-

3일 연속 회식을 했다. 명목은 모두, 환송회.
우리가 연수원으로 돌아가서 아쉬운 것…

은 절대 아니다. 우리는 단지,
회식에 이름을 부여하기 위해 소모된 것 뿐.

그러나 어제 환송회는 특이했다.
연수기간 내내 날 무척 예뻐해주신 우리 팀장님께서
저녁을 사 주신단다. 처음엔,
정말 저녁만인 줄 알았다.

동기 3명이 저녁 먹으러 한바에 간 사이에 그들을 배신하고 갔다.
회식때마다 빠지는 우리 현장 유일의 여성사원도 동행했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나보고 여자한테 인기가 많을 것 같단다.
생각보다
안목이 부족한 분이셨다.

버림받은 동기들과 선배기사님들은,
소주를 먹으러 갔다고 한다.

어제 회식장소는 나의 상상을 벗어난 곳이었다.
젊은 사원들의 ‘멋진 팀장’이 될 수 있다는 그 전설의 회식장소.
건설회사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향과도 같은 곳. 자그마치,

베니건스.

조낸,
맛있었다.

바베큐폭립, 코코 쉬림프, 버팔로 앤 비욘드 윙, 오리엔탈 치킨 샐러드, 스파게티 프리마베라, 아이다호 치즈 후라이…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잔.

두잔.
세잔.
네잔.
다섯잔.
여섯잔.
일곱잔.
여덟잔.
아홉잔.
…..
….

..
.

그 뒤는 차마 세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베니건스는 절대,
호프집이 아니다.

2차에서는 버림받았던 동기들과 선배기사님들이 합류했다. 다행히 소주가 아니라 맥주였다. 종종 ‘알박이’라고 불리는 소주+맥주 폭탄주도 제조되었다. 그러나 맥주는 맥주다. 그래서,

빨대로 마셨다.

블루칼라 십여명이 나란히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하늘 위에서 본 그랜드캐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장관이었다. 어쩌면,
가관이었다.

알고보니 1,2차가 맥주였던 것은 여성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성분께서,

귀가하셨다. 그래,
이제 소주다.

                     잔이,
돌기 시작한다. 나도,
돌기 시작한다.

4차는 양주였다.
드라마에서 양주를 마시는 장면을 촬영할 때
보리차를 쓴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머리는 양주라고 말하지만 혀는

‘보리차다.’

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건설업계에는
‘현장에 남기는 것은 발자국뿐이고, 가져가는 것은 추억뿐이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5주 동안 내가 갈무리한 추억만큼
5주 동안 내가 갈무리한 알코올이

속을 휘젓는다.

별 헤는 낮.

콜레라 시대의 사랑

January 21st, 2009 2 comments

Scrooge McDuck dives into money
일요일 아침에 KBS에선 디즈니 만화를 이것저것 틀어줬었다. 정말 재밌는 만화가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스크루지 삼촌! 돈 속에서 수영하는 것이 취미인 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돈에 대한 욕심도 떨어지고, 돈 속에서 헤엄치는 것 따위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돈 속에서 헤엄치는 것이 가능한 나라가 딱 한 곳 있다. 짐바브웨다. 12500원만 투자하면 당신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주말 뉴스에 따르면 짐바브웨가 급기야 100조 짐바브웨 달러 화폐를 발행키로 했다고 한다. 100,000,000,000,000Z$!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웃을 일이 아니다. 식민자본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채 독립하여 현 무가베 정권이 독재를 시작한 지 28년, 엎친데 덮친격으로 콜레라까지 덮친 짐바브웨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채 45세가 되지 않는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가게에 가도 빵을 살 수 없어,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한다.

어쨌든 이 짐바브웨가 최근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을 지난 주말에 알게 되었다. 진중권이 단순히 사이버 모욕죄가 위헌판결을 받은 나라에 대한 예시로 짐바브웨를 든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중권의 선견지명이었나 보다. 오늘 슬픈분노할 수 밖에 없는 뉴스를 접했다. 이명박 정권이 하는 꼬라지가 콜레라보다 2메가배쯤 더 심한 구토를 유발한다는 것은 지난 1년동안 이 땅에 발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충분히 느껴왔던 사실이지만, 이제 사람까지 죽게 하니 정말 콜레라균보다 더 무서운지저분한 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촛불집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고, 화염병-그것도 신나비율이 높고, 안에 소금간도 친-이 당장이라도 등장할 시국이 되어버렸다. 나는 문득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떠올렸다(아무 연관도 없지만, 난 원래 이따위 연상만 하는 이상한 놈이니까). 시절이 어수선하니 내 주변에서도 불신과 패배주의가 판을 친다. 그러나,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에도 사랑은 있었으니까. 명바콜레라가 스크루지 삼촌의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든 말든 우리는 서로 믿고 신뢰하고 지켜주고 보듬으며 사랑으로 항해를 계속해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덧붙임 첫번째 : 일이 너무 많아서 이틀밤 동안 6시간도 자지 못했는데, 잠이 확 깨는 뉴스를 차근차근 읽다보니 정말 피가 끊어오른다. 그러면서도 내가 주말출근에 야근까지 해가면서 하고 있는 일이 직·간접적으로 돌아가신 분들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뭐라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젖어 글을 쓰고 있다.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한시바삐 찾아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런 회사를 찾는 건 ‘정직한 자본가’만큼이나 찾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덧붙임 두번째 : 꾸벅꾸벅 졸면서 쓰고 나니 마지막 문단이 한승수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그런 뜻 절대 아니다.

덧붙임 세번째 : 짐바브웨 공화국(Republic of Zimbabwe)이 공식명칭인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는 반투어로 ‘돌로 만든 거대한 주거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그레이트 짐바브웨에서 따 온 이름이다. 짐바브웨의 과거에는 몸을 누울 돌집이라도 있었지, 오늘 영면하신 분들은 집도 없이 가셨구나.

덧붙임 네번째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직도 반투어는 낯선 언어겠지만, 우리는 반투어 단어를 하나 알고 있다. Ubuntu가 바로 반투어에서 온 이름으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Ubuntu Logo

덧붙임 다섯번째 : 워드프레스에서 두 줄 이상 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알았던 것 같은데.

겨울 야근

January 20th, 2009 No comments

야근이 최악인 이유를 정리하라고 하면 5분 내로 10장20장 짜리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 겨울의 야근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이다. 난방이 꺼진 사무실은 너무 춥고, 포만감으로 가득했던 배는 서서히 바닥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한 겨울에도 잔업보존의 법칙-야근을 하든 주말출근을 하든 남은 업무량은 동일하다-은 성립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