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던 낮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글을 보다가 떠 오른 신입사원 시절의 어느 하루.
싸이월드에 적었던 것을 블로그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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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연속 회식을 했다. 명목은 모두, 환송회.
우리가 연수원으로 돌아가서 아쉬운 것…
은 절대 아니다. 우리는 단지,
회식에 이름을 부여하기 위해 소모된 것 뿐.
그러나 어제 환송회는 특이했다.
연수기간 내내 날 무척 예뻐해주신 우리 팀장님께서
저녁을 사 주신단다. 처음엔,
정말 저녁만인 줄 알았다.
동기 3명이 저녁 먹으러 한바에 간 사이에 그들을 배신하고 갔다.
회식때마다 빠지는 우리 현장 유일의 여성사원도 동행했다.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나보고 여자한테 인기가 많을 것 같단다.
생각보다
안목이 부족한 분이셨다.
버림받은 동기들과 선배기사님들은,
소주를 먹으러 갔다고 한다.
어제 회식장소는 나의 상상을 벗어난 곳이었다.
젊은 사원들의 ‘멋진 팀장’이 될 수 있다는 그 전설의 회식장소.
건설회사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향과도 같은 곳. 자그마치,
베니건스.
조낸,
맛있었다.
바베큐폭립, 코코 쉬림프, 버팔로 앤 비욘드 윙, 오리엔탈 치킨 샐러드, 스파게티 프리마베라, 아이다호 치즈 후라이…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잔.
두잔.
세잔.
네잔.
다섯잔.
여섯잔.
일곱잔.
여덟잔.
아홉잔.
…..
….
…
..
.
그 뒤는 차마 세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베니건스는 절대,
호프집이 아니다.
2차에서는 버림받았던 동기들과 선배기사님들이 합류했다. 다행히 소주가 아니라 맥주였다. 종종 ‘알박이’라고 불리는 소주+맥주 폭탄주도 제조되었다. 그러나 맥주는 맥주다. 그래서,
빨대로 마셨다.
블루칼라 십여명이 나란히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하늘 위에서 본 그랜드캐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장관이었다. 어쩌면,
가관이었다.
알고보니 1,2차가 맥주였던 것은 여성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성분께서,
귀가하셨다. 그래,
이제 소주다.
잔이,
돌기 시작한다. 나도,
돌기 시작한다.
4차는 양주였다.
드라마에서 양주를 마시는 장면을 촬영할 때
보리차를 쓴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머리는 양주라고 말하지만 혀는
‘보리차다.’
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건설업계에는
‘현장에 남기는 것은 발자국뿐이고, 가져가는 것은 추억뿐이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5주 동안 내가 갈무리한 추억만큼
5주 동안 내가 갈무리한 알코올이
속을 휘젓는다.
별 헤는 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