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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문화생활
2009년 새해에도 정초부터 돼지, 벌레로 하루를 보냈다. 25, 27일 모두 출근할 예정이기 때문에 조금 우울하긴 하지만, 본의아니게 호사스러운 문화생활을 해서 기분이 좋다.
어제 저녁 우리 집으로 오신 할머니께서 저녁 9시쯤 주무시길래, 마루로 나와서 TV를 켰다. 아니 근데 이게 왠 떡이냐! EBS에서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주말 결혼식 러쉬 덕분에 2008년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봤던 그 영화! 드디어 봤다. 아, 리 반 클리프 할아버지는 정말 너무나 멋지시다. 이스트우드 선생은 상대도 안 된다.
점심에 경기도 광주에 있는 외가에 가니, 게장이 있는거다. 게장이야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제철도 아닌데 알이 꽉 차 있는 암게장이 아닌가. 외할머니께 여쭤보니 게장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특별히 만드셨다고 한다.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에 감동받아 임전무퇴의 각오로 열심히 먹다보니… 게딱지만 네 개를 해치웠고, 밥도 네 공기나 먹었다. 오늘 내가 ‘뼈와 살을 분리’한 게다리의 수에 대해서는 묻지말기로 하자.
배가 불러서 과일도 못 먹고 물도 못 먹겠어서 바로 사촌동생 방 침대에 드러누워서 지난 주에 산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꺼내 읽었다. 신형철은 내가 평론집 발매를 가장 간절히 바랬던 평론가다. 그런데 읽다보니 문학에 대한 일반론보다는 개별작품에 대한 평론 위주로 책이 구성되어 있고, 내가 안 읽어본 작가(혹은 작품)에 대한 평론이 너무 많다. 김영하, 박민규, 김훈, 배수아, 김애란, 오현종, 은희경의 소설은 읽어봤는데, 이건 평론집 전체 분량의 반도 안 된다. 그래서 아마도 ‘몰락의 에티카’에 대한 이야기는 한참 뒤에 다시 해야할 것 같다.
어쨌든 잘 먹고 잘 즐기고 호사스런 하루였다는 말씀.
이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분들께서도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계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덧붙임 : 외할머니께선 도대체 알이 꽉 찬 암게들을 어디서 구하셨을까? 분명히 알이 꽉찼었는데!내 기억과 다르게 그냥 내장 꽉 찬 게장이란다.
<서울시향의 마스터시리즈 Ⅱ>

지난 1월 22일 목요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의 마스터시리즈 Ⅱ>를 보고 왔다.
내 인생의 첫 클래식 콘서트였다.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음악을 제외하고,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클래식은 손을 꼽는다. 친구가 생일선물로 준 클라우디앙 아바도와 카라얀 베를린 필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지금은 CD가 없어져서 몇 번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잭필드바지 3종세트 39,990원과 다를 바 없는, 지하철에서 산 컴플레이션에 포함된 라흐마니노프와 베를리오즈. 어둠의 경로를 통해 들었던 글렌 굴드정도가 내 인생 클래식의 전부였다. 따라서 예습이 필수였는데, 야근 때문에 예습할 시간도 없었다. 한 주 내내 계속된 야근으로 인하여 무척 피곤한데다가, 하필이면 목요일 오후에 있었던 그룹 채용담당자 회의가 쓸데없는 얘기의 무한루프로 진행되면서 피로가 극에 달해있어서, 클래식 콘서트에서 코고는 몰상식한 청중이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잘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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