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December, 2005

총학생회 선거

Saturday, December 10th, 2005

졸업까지 시험 두 개, 졸업논문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나에게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그냥 학생회의 일원으로서 마지막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3일간의 투표와 연장투표, 그리고 결선투표까지 진행되는 현재 상황이 최초의 비운동권 출신 총학생회장의 당선으로 화재가 되었던 99년의 ‘광란의 10월’을 생각나게 한다. 오늘 대학국어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가보니 결선투표가 연장되었는지 시험을 보고 나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투표소를 설치해 놓았다. 후배에게 물어보니 다음 주 화요일까지 3일이 연장되었다고 한다. 12월의 강추위 속에서 무려 8일 동안 투표소를 지키고도 아직 3일을 더 지켜야 하는 투표소 관리위원들의 고생은 나도 99년에 경험해봤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한다. 수목금 3일 간의 결선투표 기간 동안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 기회를 놓쳤는데, 오늘 설치된 임시투표소를 보는 순간 나의 마지막 투표권은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분명 결선투표 공고는 3일간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는데 무슨 기준으로 연장투표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문대의 선거시행세칙은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다. 과학생회장 시절 전인대(’전체인문대학생회대표자회의’의 준말, 중국의 전인대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고 있다.)에서 몇 번 검토했었고, 인문대 학생회 선거에서 선전국장을 할 때는 거의 외우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보니 인문대 선거는 선거관리위원장도 했었구나. 총학생회 선거에도 참여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결선투표는 분명 시행세칙에 언급이 되어 있겠지만, 결선투표까지 연장투표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통 연장투표는 1회에 한해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내가 군복무중이던 02년에 총학생회 건설이 무산되고 결국 03년 3월에 선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그 당시에는 도대체 왜 선거가 무산될걸까? 사흘 간의 투표기간으로 모자라서 이틀을 연장투표를 하고, 결선투표의 투표율이 50%가 안 되어서 다시 사흘을 연장하는 좋은 방법이 있는데 03년에는 대체 어떤 이유로 선거가 무산된 것일까?

1학년 때 들었던 ‘선거는 축제’라는 명제는 이미 거짓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작년 인문대 학생회 선거에서 내가 빈 투표용지를 그대로 투표함에 넣었던 것은 학생회장 후보들을 제외하고 선본원과 단 한 번도 대화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몇몇 선배들은 학생회가 존재하는 의미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힘겹지만 우리의 공동체를 지켜가려고 고민하는 학생회장 후보들과 선본원들을 (정치적 견해 차이는 잠시 보류한다면) 믿고 있다. 대동제 개막제에 대중가수가 왔으면 모를까 아크로폴리스에 100명이 모이는 것도 힘든 시대다. 이번 학기와 지난 학기 개강집회를 구경조차 하지 못한 것은 물론 개강집회 자보조차 붙이지 않는 총학생회와 단대 학생회의 과오겠지만. 그래도 선본원들에게서 다가올 한 해에 대한 열정은 아직 느낄 수 있으니까 난 아직 그/녀들을 믿고 있다. 그렇지만 총학생회 건설만이 선거의 목적은 아니니까 만약 내 생각대로 이번 결선투표 연장이 시행세칙에 없는 거라면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 시험보러 온 학생들의 투표를 유도하기 위해 토요일에 학교의 극히 일부지역에만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도대체 그들이 꿈꾸는 학생회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학생회의 부재를 한 번 경험해 보면 가슴깊은 곳에서 열정이 마구마구 솟아오르니까 내년 3월까지 심기일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취업

Sunday, December 4th, 2005

블로그에다가 취업준비 얘기를 꽤나 많이 썼는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취업에 간신히 성공했다. 백수는 면한 듯.

2005 메가재즈 콘서트 with 이정식 재즈 오케스트라

Sunday, December 4th, 2005

어제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2005 Megajazz Concert’에 다녀왔다. 내 기억에 VIP석에서 공연을 본 것은 어제가 처음인 것 같다. 그냥 표가 생겨서 간 것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이정식 Jazz Orchestra는 알고보니 자그마치 23인조였다. 난생 처음 빅밴드 공연을 라이브로 듣게된 셈이다.

오프닝은 ‘루’라는 마술사가 했는데, 마술은 뭐 대충 신기했지만 진행이 참 썰렁했다. 무엇보다 오프닝이 끝난 후 마술장비를 바깥으로 옮기면서 몇 분 동안 문을 열어놔서 추워 죽는 줄 알았다. 그 때 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쨌든 지겨웠던 오프닝이 끝나고 JK김동욱이 두 곡 부른 뒤에 이정식 재즈 오케스트라가 등장했다. 빅밴드의 위용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연주자들이 사방팔방에서 들어왔다. “Take the ‘A’ Train”이 첫 곡이었다. 이어진 곡은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의 “In the Mood”와 “Moonlight Serenade”. 그러니까 이정식 재즈 오케스트라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곡 중에서 빅밴드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는 노래로 선곡한 것 같았다. 중간중간에 뮤지컬배우라고 하는 이건명이라는 꽃미남이 나와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불렀고, SES의 바다가 나와서 “I’m a Fool to Want You”를 불렀다. 어제 공연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곡인 “Mercy, Mercy, Mercy”가 연주될 때였다. 이정식 재즈 오케스트라에서 알토 색소폰은 한 명이었는데 이 분께서 솔로를 시작하는 그 순간이 환희의 순간이었다고 할까. 만약 이 노래를 캐논볼 애덜리의 라이브로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눈이 제법 오고 있었다. 이미 어린이대공원의 길과 나무는 눈으로 뒤덮여있었고, 가족과 연인들은 흰눈을 즐기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귀가길이 걱정되어 서둘러 어린이대공원을 빠져 나왔다. 그래도 좋은 음악을 듣고 나와서 하얀 눈을 맞으니 싫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