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2005

소개팅과 조건

Thursday, November 17th, 2005

피자 8조각 중에 7조각 먹고 더치페이하기 신공으로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98년 봄의 소개팅 이후 7년만에 소개팅을 했다. 그 사이 나도 참 많이 변했는지 밥이 조금 부족했지만 상대방의 밥그릇에 눈을 돌리지도 않았으며 저녁도 사 드렸다. 엉겁결에 한 대답덕에 성사된 소개팅이라 상대방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는데 뭐, 알고보니 동갑이었다. 지난 주에 내 또래의 여성들이 어느덧 결혼적령기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 두 개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좀 삐딱하게 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건 소개팅이 아니라 선이었다. -_-;

이성이든 동성이든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조건’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은 내 기억에 어제가 처음이었다. 나중에 내가 결혼을 앞두었을 때 조건을 따지지 않을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난 아직 사람을 만나고 좋아지는 건 상대방의 조건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 그 자체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아직 상대방의 출신학교보다는 전공이 더 궁금하고, 상대방의 직업과 연봉보다는 취미가 더 궁금하다. 일부 음해세력들은 나의 이런 생각을 나이 먹은 게 현실도 모르고 철없는 생각이나 한다고도 말한다. 음해세력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차라리 철없는 것을 선택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