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2, 3일차 - 거제, 통영
Sunday, August 21st, 2005아침 일찍 외할아버지께서 일처리를 하시고 일행으로 합류하셨다. 역시 특급감리사의 위력이란! 우리 가족의 원래 계획은 통영을 통해 거제도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나, 진해에서 카페리가 운행된다는 사실을 외할아버지께서 알려주셨다. 카페리를 타고 40분만에 거제도에 도착했다. 관광도로를 따라 달리고 달려 구조라항에 도착. 거제와 통영의 거의 모든 항구에서 해금강에 가는 유람선이 있지만 여기가 가장 싸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해금강+(무슨 드라마를 촬영했다고 하는)외도 유람선을 탔다. 해금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가봤던 곳인데, 역시… 멋있더라. 날씨가 좋아서 십자동굴에도
갔다. 해금강이 자연미의 절정이라면, 외도는 인공미의 절정이었다. 여행기간 동안 서울에는 비가 계속 내렸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심하게 더워서 쓰러질 뻔 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이건 입구에서 찍은 사진인데,
웬지 크레믈린 궁 같지 않나? 아님 말구.
해금강과 외도 이후의 코스는 관광도로를 돈 것 밖에 없어서 따로 얘기할 것은 없으나… 거제 포로수용소 기념공원은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가족들과의 여행은 관광지의 선택에 제한이 생긴다는 큰 단점이 있는데, 이번 여행에는 자그마치 김영삼 생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게 웬 시간낭비람. 내가 결사반대해서 김영삼 생가는 가지 않기로 했으나, 외할아버지의 뜻으로 포로수용소에 가기로 했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훈장을 두 개 받으셨는데 그 중 화랑훈장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받으신 거라고 한다. 1952년에 미군 도드 준장 피랍사건시 당신께서 협상과정에 일조했다고 하시면서 포로수용소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같은 인민군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친공포로와 반공포로가 함께 있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구분하지 않고 함께 수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데올로기가 다른 포로들끼리 서로 죽이고 땅에 파묻고 해서 나중에는 격리수용을 했다고 하셨다. 이데올로기의 광기에 소름이 돋았다. 포로수용소를 보고 바로 시내에 있는 ‘거제해수온천’이라는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 어린아이 한 명이 계속 울어서 푹 자지는 못 했다.
여행의 마지막날은 통영을 한 바퀴 돌았다. 통영은 사진도 별로 없고, 그냥 드라이브 수준에 지나지 않아서 별로 이야기할 것이 없다. 통영에서 사천-진주로 들어와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왔다. 진주에서 논개가 왜장과 몸을 던졌다는 촉석루에 갔다. 사실 가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랑 외할아버지가 강제로 데리고 갔다. 가보니… 촉석루의 팔작지붕에는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다. 그런 걸 뭐하러 보냐.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해서 가을날씨 같았는데, 때문에 진주시내 노인분들이 거기 다 모여 계시더라. 어느 할머니는 당신께서 논개라고 생각하시는지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고 어깨를 덩실덩실. -_-;
어쩐지 여행이 너무 재밌고 조용하다 했는데,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차기 대권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서 내가 지지하는 대권후보를 묻는 것이다. 진보정당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대권 운운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너도 이제 현실을 알아야 돼.”하시며 다음 대통령은 이명박처럼 소신있고 추진력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이어지는 엄마, 아빠의 맞장구… 아 이 놈의 한나라당 집구석. 예전에 당원가입했을 때는 별 말씀이 없으셨는데, 이참에 어디 가입이라도 할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여행이야기는 이렇게 끝. 막판 잠깐을 제외하면 되게 재밌었는데 쓰고 보니 별로 재미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