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출산드라, 상상원정대
Monday, July 25th, 2005<내이름은 김삼순>이 끝났다.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내용은 전혀 몰랐었는데, 어제 처음 보게 되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가족들과 캔맥주로 목을 축이는데 개콘이 나오더라. 이거 너무 재미있었다. 삼순이와 출산드라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회가 놓은 이러저러한 컴플렉스들을 극복한 자신에 대한 긍정과 사랑이 녹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욥기의 구절을 출산드라는 “이 세상, 날씬한 것들은 가라.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네 시작은 비쩍 곯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라고 패러디하였고, 성질있는 살찐 노처녀 삼순이는 수많은 팬들의 페르소나가 됨으로써 현실로 만들었다. 확실히 우리 주위에는 TV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8등신의 ‘죄인’들보다는 ‘삼순이’들이 훨씬 많다.
나는 너무 말라서 생기가 없어보이고 심지어 병약해보이기까지 하는 늘씬한 배우들보다는 활기로 가득찬 내 주위의 여성들이 대체로(이 부사가 붙은 이유는 이미숙과 이나영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옆의 ‘삼순이’들 혹은 한반도 이남의 모든 ‘삼순이’들이 <내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에 그렇게 쉽게 투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술관 옆 동물원>의 칠칠치 못한 춘희가 한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심은하라는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처럼, <내이름은 김삼순>도 김선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삼순이 사랑은 남성인 나에게는 직접경험 바깥의 범주에 있는 일이지만, 내게 삼순이같은 페르소나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알만한 연애인들 중에서 나와 가장 흡사한 사람은 이윤석이다. 우리 엄마도 내가 군대에 있을 때 TV에 이윤석이 나올 때마다 ‘국민약골’ 못지 않는 내가 건강할까 걱정하셨다고 한다. 어제 본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상상원정대’ 코너는 척 봐도 재미없을 것 같은 컨셉이었는데, 고통스러워 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서 사디스틱한 웃음을 지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코너였다. 삼순이는 어찌되었건 자존심과 자기애로 무장하고 있는 반면에 이윤석이 자신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은 매우 자학적이다. 태어나서 저체중 상태를 면해본 것은 단 한 번이고 심지어 이소라와 같은 비만도를 가져본 적도 있는 나는 갑자기 삼순이를 만난 ‘삼순이’들이 부러워졌다. 삼순이는 사회가 만든 컴플렉스를 자기애로서 극복했다지만, 이윤석씨와 나는 출산드라 교주님의 뒤를 따라 ‘먹어라, 네 시작은 비쩍 곯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라고 외치는 수 밖에. 정작 출산드라에게 우리 같은 인종은 ‘죄인’이지만 말이다. 아니 그보다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원죄를 받았는지도. 감히 MBC에 후속 드라마를 제안하건대, 깡마르고 별로 잘 난 것 없는 독신남성의 이야기를 다뤄봄이 어떠신지. 우리에게도 페르소나를 달라! 물론 주연은 이윤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