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September, 2004

엔비 이벤트 당첨!! ^^

Thursday, September 23rd, 2004

점심을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수업을 듣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가 전화기에 떴다. 메시지를 보냈다. 수업끝나고 전화드리겠다고.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는, '근데 누구시죠?'였다. 답메시지의 내용은 '엔비의 ○○○랍니다 시간 되실 때 연락주세요 ^.^' 순간 움찔했다.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엔비에서 전화까지 한단 말이오! 아차, 어제 수업블로그를 지워버렸구나. 이런, 엔비는 무서운 곳이었다. ㅋㅋ

수업끝나고 전화를 거니 (분명 가을인데) 목소리에서 봄내음이 나는 그런 분이 전화를 받으시더니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하시면서 택배로 집으로 배달될 것이라고 하셨다. 아싸! 1999년에 드림위즈에서 디지털카메라 당첨된 이후 처음 있는 경사다. 일단 (이성을 되찾고) 차분히 잘 쓰고 있으며 수고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한 시간 쯤 전에 귀가하니 벌써 “아카시아꿀 3종세트”가 배달되어 있다. 근데 꿀도 꿀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빠알간 봉투가 아주 압권이었다. 그 안에는 파스텔 편지지에 직원들이 손수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꿀은 아직 먹지도 않았는 데,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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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걸스

Monday, September 13th, 2004
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만약 어느 날엔가 우리가 어떤 예술가들에게 '여류'라는 군더더기 수식어를 붙이지 않게 된다면, 박물관에서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낯설어 하지 않게 된다면 나는 게릴라 걸스에게 (자격만 있다면) 헌사를 보내고 싶다. 예술 부분에 있어서 여성이 얼마나 외면당하고 있는 가를 키치적인 포스터들에 담아내며 고발하고 있는 이들은 고릴라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닌다고 한다. –;

(뭐가 비정치적인지는 모르겠지만)'정치적'으로 분류되는 투쟁들도 중요하지만, 마초의 도가니탕이며 병영국가인 이 땅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특히나 더 필요할 듯.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Thursday, September 9th, 2004

Käthe Kollwitz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Saatfrüchte sollen nicht vermahlen werden.
(1942, Lithograph)

케테 콜비츠는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아들 페터를 잃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는 손자 페터를 잃었다. 이 판화는 손자 페터가 죽던 1942년에 힘겹고 절박하게 만든 그녀의 마지막 석판화이다. 그래서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라는 한 마디는 그녀의 유언이자 그녀가 가장 자신있는 수단으로 말하는 정언명령이다.

나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책을 열심히 읽어도 기억을 잘 못한다. 더구나 내 소망과 달리 너무나 게을러서 궁금한 것이 있어도 잘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왜 베슬란에서 테러가 자행되었어야 하는 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체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사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망각하지 않을 것이다. 더러운, 전쟁테러의 포화 속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를 보호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한 가지를 더 알고 있다. 폭력에 고통받거나 희생된 이에게 그녀/그의 불운함으로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부도덕하고 탐욕스런 자들의 헛된 욕망에 피를 토하며 분노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다.

더러운 전쟁과 테러의 포화에서 우리의 씨앗들을 보호하라.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라.

덧붙임 : 무조건 큰 그림을 쓰고 싶었어요. 시각공해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