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기 전에 알아야 한다'라는 먹물근성 덕분에 채식주의를 준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책을 읽고 있다. 캐롤 J. 아담스의 『프랑켄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The Sexual Politics of Meat: A Feminist-Vegetarian Critical Theory1) (이하 '프랑켄')』와 쯔루다 시즈카의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 (이하 '베지테리안')』라는 책이다. 나에게는 22명의 명사(?)들의 삶을 중심으로 '베지테리안2)'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후자가 보다 쉽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실 『프랑켄』의 경우 페미니즘-채식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걸음마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나에게는 뭔가 좀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다.
채식주의에 대해 오프라인에서는 단 네명에게만 이야기했지만, 어쨌거나 이 블로그를 통해 적어도 100명 정도에게 일종의 약속을 한 셈이다. 아무런 고민과 고통없이 채식주의자가 되보겠노라 결심한 건 아닌데, 『프랑켄』과 『베지테리안』을 번갈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힘겨운 길에 들어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면, 어떤 식으로든 왜곡된 식문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만물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는 (미래의) 동지들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제는 동생이 근로기준법 제 59조에 의거한 휴가를 받은 날이었다. VIPS에서 점심 쏜다고 하는데 그냥 안 갔다. 사실 밥먹고 학교에 가도 될만한 시간이었는데, 스테이크는 좀 그렇더라. 난 스테이크의 경우 거의 레어로 먹고, 조금 속 안 좋은 날만 미디엄으로 먹거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아직은 아무런 느낌도 없는데, 육즙이 흐르고 있을 레어 스테이크를 상상하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쏠려왔다. –;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술 마실 때랑 밖에서 밥을 먹을 때인 것 같다. 사실 지금은 그다지 상관이 없다. 불가항력에 의해 술을 마셔야 하는 일도 없고, 학교에는 수요일마다 채식주의자 메뉴가 있다. 학교에서 밥을 지어먹는 채식주의자 모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요일도 상관없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마도 학교를 떠난 뒤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고민 안 하기로 했다. 그래도 육식사회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들어 보여서 맨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1주일을 늦춰서 31일부터 채식의 삶을 시작하려고 일단 마음먹었다. 그 기간 동안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불편해질 내 삶을 준비하고 왜 채식을 하려고 하는 지 다시 한 번 자문해보려고 한다. 물론 통닭과 맥주, 삼겹살에 소주도 먹고. 삼겹살은 상상해봐도 안 쏠리는 걸… ^^
1) 번역본의 제목을 의역하였기 때문에 원서의 제목 역시 함께 적어둔다. ↑
2) 쯔루다 시즈카는 vegetarian의 번역어로 사용되는 '채식주의자'가 충분한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베지테리안'으로 사용하자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