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결정적 순간’ Category

<쿵푸 팬더 Kung Fu Panda>

Sunday, June 15th, 2008

Kung Fu Panda

<쿵푸 팬더 Kung Fu Panda>를 볼 때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웃을 수 있는 것도 영화를 보는 수많은 이유중 하나. 영화를 보면서 자꾸 ‘식신’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ㅋㅋ

- 2008년 6월 7일 시너스G(강남) 2관 with lainavisy

<타짜>

Saturday, October 7th, 2006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월미도에 가서 회와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었다. 그러다가 일정에 <타짜>를 함께 보는 것이 추가되면서 빌라에 사는 친구집에서 바베큐파티를 하기로 결정(물론, 그 뒤에는 고스톱!). 시너스G 10월 4일 2회(11시 40분)이었는데, 연락을 돌린 강판사가 메시지를 애매하게 보내서, 11시 40분에 모이는 것인 줄 알고 여유있게 왔다가 앞부분 5분을 못 봤다. 근 5년만에 불 꺼진 뒤 극장에 들어간 것 같은데, 같이 본 관객분들께는 죄송.

허영만의 타짜 1부 <지리산 작두>와 에서의 고니는 도박노름을 통해 득도하는 캐릭터였는데, 영화의 고니(조승우)는 조금 달랐다. 영화에서 진정 득도한 캐릭터는 평경장(백윤식)뿐이다. 그런 면에서 고니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조승우가 캐스팅된 것에 대해서도 조금 불만족스럽지만, 그 연령대의 배우 중에서 고니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조승우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연기가 무척 좋았다. 고광렬(유해진)은 만화의 고광렬과 거의 일치했다. 정마담(김혜수)는 비중이 훨씬 확대되었고 이 영화의 팜므파탈로 불리기에 충분하지만, 치사함과 비열함에 있어 아쉬운 부분은 있다. 나는 시종일관 치사하고 비열하고 사악한 모습을 보였던 만화의 정마담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평경장(백윤식)의 캐릭터는 도박과 노름에 관한 주옥같은 명언들을 내뱉는 것을 제외하면 큰 매력은 없었는데, 문제는 백윤식이 만화에도 등장했던 그 명언들을 내뱉는 순간 노트에 적고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는 사실. 정말이지 백윤식은 우리 시대 최고의 불량어른이다. 아귀로 등장한 김윤석은 찾아보니 <범죄의 재구성>에도 나왔고, 최근에는 <천하장사 마돈나>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앞으로 주목하기로 했다. 정말 비열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아, 허영만씨가 영화에 나온다. 보라색 남방을 입고 섯다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 표정이 무척 웃긴다. 최동훈 감독에 대해서는 참 칭찬할 것이 많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 캐릭터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캐릭터 얘기만 하고 생략.

딱 한 마디만 더하면, 조승우가 직접 연기했다고 하는 3단기리 원상복구 장면은… 예술.

<지구를 지켜라!>의 계급의식

Wednesday, June 22nd, 2005

‘게으른 건지 건방진 건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들었던 “영상예술의 이해” 기말보고서.
03년에 휴가 나왔을 때, cinemarx가 해 줬던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성적에 관계없이 감사감사!

1. 위협적인 타자, 외계인

장준환 감독의 2003년작 <지구를 지켜라!>는 언뜻 보기에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정신질환자의 복수극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말의 반전은 관객의 예상을 배반한다. 유제화학의 강만식 사장이 안드로메다 PK-45행성의 스파이 꾸오아아떼꾹이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 <지구를 지켜라!>에도 드러나듯, 존재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타자의 존재를 가정한다는 것은 대개 공포를 수반한다. 또한,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이 그렇듯, 타자의 존재론적 공포는 정치사회적 기의들에 대한 기표이기도 하다. 외계인은 관객에게 가장 낯익은 타자이며, 지구인과 동일한 존재로 인지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가장 완벽한 타자이다. 그래서 돈 시겔의 <신체강탈자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에서 롤랜드 에머리히의 <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에 이르는 많은 영화에서 외계인은 대개 위협적인 타자로서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지구를 지켜라!>의 외계인의 기표는 어떤 기의를 갖는가 혹은 타자와의 대립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2. <지구를 지켜라!>의 이항대립

소쉬르는 ‘언어 속에는 오로지 차이들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쉬르 이론에서의 기표/기의, 랑그/파롤, 계열체/통합체, 공시태/통시태의 이항대립과 같이 의미는 체계내에서 ‘차이’를 통해 인지된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병구-지구인’과 ‘강사장-외계인’의 기의 역시 ‘차이의 체계’를 관찰할 때 파악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등장하는 강사장의 영상과 병구의 나레이션은 외계인/지구인의 이항대립을 제시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항대립을 통해 강사장/병구의 기의들이 속속 드러난다. 특이할만한 것은 이항대립이 제시되는 모든 신은 메츠가 분류한 그랜드 신태그마의 8가지 유형 중 ‘평행 신태그마’의 방식으로 제시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계속된 강사장/병구의 대립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었으므로 연속적이지만, ‘평행 신태그마’의 방식을 통해 제시되는 이항대립은 시공간의 구분을 해체시키고 보편적 대립의 차원으로 이동한다. 강사장/병구의 대립이 ‘한 명의 외계인/한 명의 지구인‘ 아닌 ‘전체 외계인/전체 지구인’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강사장/병구’의 대립은 또한 ‘현실/환상’, ‘비질환자/정신질환자’, ‘어른/아이’, ‘광장/밀실’과 같은 대립쌍을 통해 제시된다. 성인이 아닌 ‘아이’ 수준의 ‘환상’을 통해 구축된 병구의 세계에서 강사장은 외계인이다. 강사장은 병구의 지하 ‘밀실’로 납치당했으며, 강사장과 형사들이 보기에 병구는 ‘정신질환자’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항대립은 강사장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병구를 찾아내는 순간 제시된다. 유제화학 공장에서 일하던 중 산업재해로 5년째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어머니에 대한 보상은 이미 이루어졌다는 강사장의 이야기는 ‘자본가/노동자’의 대립항을 제시하고 있다. 병구의 아버지는 자신의 몸을 제외하면 광부였으며, 선생은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고 구타를 했으며, 애인은 노동운동 중에 구사대에게 맞아 죽었다. 병구가 찾아낸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바로 외계인이며, 지구/외계의 이항대립을 포괄하는 ‘우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표가 된다.

3. 형사들 혹은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개코형사와 김형사의 등장은 관객으로 하여금 병구의 ‘환상’에서 ‘현실’의 세계로 시야를 돌리게 한다. 개코형사의 감성적 수사와 김형사의 이성적 수사가 결합된 결과에 의하면 병구는 영락없는 연쇄살인범이며 또한 외계인설에 도착된 정신병적 광신도이고 강사장은 일방적으로 당하는 무고한 시민일 뿐이다. 이는 형사들이 찾은 병구의 소행에 대한 여러 흔적들을 통해서 증명된다. 강사장-형사들의 연결관계는 병구의 환상이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계급투쟁의 선동을 의미하고 있다. 자신을 설득하는 김형사에게 병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근데 다 알면서 어디 있었는데. 내가 미쳐갈 때 어딨었어! 니들이 더 나빠.” 외계인 연구를 통해 개인의 비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구조적 모순이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미 간파한 병구가 같은 ‘지구인-노동자’에 하는 충고이다.

4. 지구의 종말 혹은 계급투쟁의 결말

“이제까지 사회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억압자와 피억압자는 서로 끊임없이 대립했으며,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끝없는 투쟁을 벌여왔는 바, 이 투쟁은 전체 사회의 혁명적 개조로 끝나거나 투쟁하는 계급들이 함께 몰락하는 것으로 끝났다.” 병구는 지구를 지키지 못했고, 억압자인 외계인과 피억압자인 지구인의 대립과 투쟁은 ‘투쟁하는 계급들이 함께 몰락’하는 것으로 끝났다. 미쳐가면서까지 싸웠는데 희망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희망하지 않는 자에게 절망도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결론이 아닐까. 그래서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노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