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Scylla’ Category

책읽기 18문답

Wednesday, April 20th,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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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록님의 “책읽기 18문답

“의미론” 중간고사 라스트 스퍼트 중에 Chomsky의 압박에 시달리던 중, 소일거리 발견… –;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책상 바로 옆에 있는 책꽂이에는 두 가지 종류의 책이 꽂혀 있다. 해당 학기의 수업교재와 영어 참고서들이 반 정도 되고, 나머지는 자주 꺼내 보는 책들. 전자는 무시하고 후자만 언급하면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 박종철 출판사에서 나온 문고판 『프랑스 내전』, 지금은 절판된 박종철열사 기념사업회의 『그대 온몸 깃발되어』, 마르크 블로흐의 『역사를 위한 변명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 못 배기는 종류의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서점에 갈 때 사려는 책의 주제 정도는 미리 정하고 가기 때문에 충동구매는 거의 하지 않는다. 굳이 들자면, 내가 관심있는 주제가 특집인 계간지 정도?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데이비드 보일이 쓰고, 유강은이 옮긴 도서출판 그린비의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1980년대 최고의 만화잡지 『보물섬』. 열심히 모아서 침대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으나 만화책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염려한 부모님 덕에 실패했다.

5.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영향을 미쳤는가?
대학교 입학 이전에 내 인생을 바꿨던 책은 홍성대씨의 『 수학의 정석』과 송성문씨의『성문 종합영어 』(누가 아니라고 말할 것인가… –;). 대학교 입학 이후 내 인생을 바꾼 책은 1번에서 언급한 『그대 온몸 깃발되어』. 아, 그리고 예술영화 좀 찾아보던 시절 그냥 영화를 즐기는 대중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 『키노』.

6. 단 한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어차피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책이니 1년 동안 열심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읽는다는 행위만으로 존재에 위협은 느끼겠지만.

7.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그런 작가는 다 죽었다. 『FSS』를 아직도 그리고 있는 마모루 나가노.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마르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국내 유일의 완역본은 번역이 시원찮은 것 같고, 불어로 잃을 능력도 없다.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온다고 해도 이해할 자신없다(어쩌면 시원찮은 게 아니라 내가 이해를 못한 것일 수도).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질반질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가?
내가 산 책은 헌 책이 좋지만, 남이 보던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좋아하긴 하는데, 이해력이 부족한 관계로 자주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시인은 백무산과 랭보(뭔가 부조화스러운…).

11.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이견의 여지없이 화장실. 화장실에서 책을 보면큰 일을 보면서 책을 보면, 지적 허영과 쾌변의 시너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보라.
커피를 안 마시는 데다가 냄새조차 싫어해서 카페는 거의 안 간다.

13. 책을 읽을 땐 음악을 듣는 편인가?
내가 아날로그형 인간임을 밝힌 적이 있고, ‘멀티태스킹 불가’는 이 부류의 인간들의 가장 핵심적 특징이다.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11번 참조. 특히, 아침에 일어난 직후와 자기 직전에는 반드시.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아침밥 먹을 때는 신문을 본다. 그 외의 경우에 혼자 먹으면서 책을 본다면 아마 만화방에서 밥을 먹을 때가 아닐까?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없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journal은 많이 읽는 편이지만, E-book은 거의 안 읽는다. 일단 화장실에 가지고 갈 수가 없잖아!

18. 책을 읽는데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읽어서 돈 될 일 없는 책 위주로 읽기(왜냐고 물으신다면, 1번에 언급한 김현 선생의 책을 읽어보시라). 한 번 통독하고, 두 번째에 제대로 읽기. 베스트셀러는 가급적 읽지 않기.

접촉사고로 아쉽게된 김영란 대법관의 강연

Thursday, March 24th, 2005

김영란 대법관이 여덟번째 관악초청강좌의 연사로 초청되어 “법의 이념과 소수자 보호”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는 얘길 듣고 정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목요일은 과외가 두 개나 있는 날이라서 포기상태였는데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연락이 왔고 과외가 꽝났다. 바로 황새불락에게 연락을 한 뒤 강연이 있는 멀티미디어동으로 향했다. 멀티미디어동 앞에 비싸게 보이는 차랑 중형차가 접촉사고를 일으킨 듯 보였고, 응급차가 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급발진 사고로 김영란 대법관이 강연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보건소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짧게나마 강연을 하기로 했다.

강의는 사실 별 내용이 없었다. 강연은 서울대 법대와 법조계에 여성이 거의 없던 시절에 전문직 여성으로서 느꼈던 감수성이 소수자들의 감수성과 통하는 것 같다는 말로 시작해서, 법과 정의의 개념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한 후 차이가 불평등을 정당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로 30분만에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사고없이 예정된 시간대로 진행되었다면 꽤나 훌륭한 강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자들의 권리와 소수자에 대한 시혜적 보호,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과 같은 문제들을 우리들과 이야기하면서 풀어내고 싶었다는 느낌을 강연 중에 받았다. 결국은 화두만 던져주고 나가버렸지만. 쉽게 잘 설명해 줄 것 같았는데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참 아쉬운 강연이었다.

딴 얘기를 좀 하면 첫 번째 질문자때문에 조금 열받았다. 사회대 3학년이라고 소개한 95학번 남성이 질문을 하면서 ‘참 아름다우십니다.’로 말을 꺼내서 김영란 대법관이 ‘그런 발언은 성희롱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을 하자,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아름다우십니다’하더라. 질문은 세 가지였는데 별 의미있는 질문도 아니었고, 세번째 질문은 ‘강금실 장관이랑 동기라고 하셨는데, 하나 부탁드리면 다음에 만나실 때 20년 연하도 (신랑)후보감이 되냐고 여쭤봐주십시오.’였다. 이런 애들은 언제쯤 사라지나…

대학에 와서 읽은 책들

Thursday, February 3rd, 2005

논문을 하나 찾으려고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과거에 대출한 서적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무슨 책들을 봤었나 보니…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도 많다.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들의 권수가 내 대학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연도별 변화를 살펴보면 98년 69권, 99년 60권, 00년 5권, 01년 4권(–;), 02~03년 0권, 04년 62권이다. 내가 강의실보다는 종로 혹은 대학로, 명동 등지를 가까이하던 00~01년에는 책을 주로 사서 읽었기 때문에 저렇게 적은 것 같다.

98년에 빌린 책들은 거의 대부분이 여성학 관련 서적인데, 1학년 때 들은 과목 중 가장 열심히 들었던 “여성과 사회” 과목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그땐 참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또문 동인지들은 거의 다 빌려 보았고, 섹슈얼리티나 여성노동에 관한 책들도 많이 빌렸었다. 자퇴로 이어진 성폭력사건의 파장에 영향을 받았었는지 성폭력 관련 도서들도 몇 권 있다.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를 읽으며 '아, 대학교 고작 이 정도였어?'하던 생각이… –;

2학년 때 읽은 책들은 너무 분야가 다양한데, 읽었다는 기억 자체가 없는 책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들었던 수업들과도 큰 연관성은 없네. 대체로 언어학 책이 많은 가운데, 포스트모더니즘과 문학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학 관련 서적은 현저히 줄었지만, 조르쥬 상드나 버지니아 울프에 심취했었나 보다. 왜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날까 6^^. 아주 낯설은 제목이 눈에 띄는데 『Catch-22』와 『송상엽의 중급회계』. 앞의 것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왜 읽었는지는 모르겠고, 뒤의 것은… 내가 한 달 정도 공인회계사를 나의 미래로 설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해줬다. 아, 왜 그런 생각을… 그 이후의 책들은 전공 책이거나 수업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므로 봐도 별 재미는 없었다.

내가 그 책을 읽고 무엇을 얻었는지 기억나는 책이 많은 걸 보면, 그리고 읽었다는 기억조차 없는 책이 많은 걸 보면… 나이 몇 살 더 먹고 책 좀 읽는다고 머리에 뭐가 차는 건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