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그 쬐그만 것이’ Category

촛불집회

Sunday, June 8th, 2008

2008년 6월은 ‘입보다는 발이 바빠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대신 오마이뉴스진보신당, 그리고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촛불집회의 현장을 엿보았다.

나는 아직도 ‘촛불집회’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낯설다. 나는 군대에 있었던 관계로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촛불집회나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보지 못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된 바로는 이번 촛불집회는 지난 두 번의 촛불집회와도 사뭇 다른 것 같다. 유쾌 통쾌 상큼 발랄 신나는 시위. 시사IN의 기사 제목이 2008년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의 성격을 잘 보여주지 않나 싶다. ‘축제같은 ‘집회’. 내가 본 지금까지의 촛불집회는 0과 1들이 전해준 것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있고 싶어지는 집회였다. 과거와 같이 특정한 이념 혹은 조직이 주체가 되고 매개체가 되는 연대가 아니라, 시민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주체가 되고 매개체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연대.

반면, 이 ‘연대’의 성격이 촛불집회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나는 촛불시위대가 2008년 6월의 이명박 정부만큼이나 위태위태하다고 생각한다. 이 ‘축제같은 집회’에는 즉각적인 분노와 창의적인 시위와 아름다운 연대, 그리고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비전이 없다. ‘비전’이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하다면 ‘구체적인 목표’ 정도로 해두자. 촛불집회의 초점이 광우병 문제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전환된 것이 분명하지만, ‘비폭력’이 수사로서만 남아 촛불시위대가 스스로 분열하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연 촛불시위대는 어디까지 전진하는 것이 목표인가? 정말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쇠고기 문제만 해결되면 되는가? 혹은 이명박 퇴진과 쇠고기 문제 사이의 어딘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다친 몸도 거의 다 나았다. 다음 주에는 남아있는 마지막 실밥들을 뽑는다. 그리고 촛불집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일단 그곳에 갈 것이다.

병영국가 드로잉

Monday, June 20th, 2005
Reptiles

파충류 Reptiles
M. C. Escher, 1898, Lithograph

컴퓨터게임 세대가 GP내부를 가상현실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는 건 좀 심한 듯 하지만, 군내사고에 대해 ‘신세대 장병’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은 가장 손쉬운 설명방법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참고’ 무사히 전역하는데 김일병만 유독 나약해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다.병영생활 행동강령을 4개 항목이 아니라 100개 항목으로 만들어 외우게 시킨다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이 사회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려지고 있는 드로잉이 있다. 남자 ‘아이’들은 때가 되면 그 드로잉 속에서 생명력을 부여받아 남자 ‘어른’이 된다. 그리고 결국엔 그 드로잉 속으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의 프로젝트. 드로잉과 드로잉 바깥의 경계가 희미한 것처럼, 수류탄이 터진 GP와 우리 사회의 경계도 희미하다. 이 병영국가에서 김일병 혹은 폭언과 욕설(, 심지어 구타가 발생했다 하더라도)을 이유로 선임병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비폭력/무저항’은 가능한가

Thursday, May 26th, 2005

(오래된 기억은 정확하지 않은 법이지만) 나는 ‘선언’ 이후 정확히 150년이 되던 해에 『공산주의 선언』을 처음 읽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더 이상 『선언』이 전망하는 세상이 ‘기존의 모든 사회 질서를 폭력적으로 전복해야만 달성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은 ‘총 대신 꽃‘으로 싸울 때 진정으로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울산 플랜트 노조의 투쟁을 보면 내 생각에 회의가 든다. 맨발을 군화로 막아세우는 저들에게 오른쪽 뺨을 맞은 뒤 왼쪽 뺨도 내밀어야 하는가. 아니, 오른쪽, 왼쪽 다 맞았으니 내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저들이 똥오줌을 지리도록 혼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궁금하다. ‘비폭력/무저항’은 가능한가? 잘 모르겠다.

아래 포스트로 트랙백.
미류님의 “맨발 막아선 군화
이상한 모자님의 “머리에 똥만 들은 것들
달군님의 “비폭력적인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