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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고민하기 2

January 21st, 2005 Leave a comment Go to comments

'느끼기 전에 알아야 한다'라는 먹물근성 덕분에 채식주의를 준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책을 읽고 있다. 캐롤 J. 아담스의 『프랑켄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The Sexual Politics of Meat: A Feminist-Vegetarian Critical Theory1) (이하 '프랑켄')』와 쯔루다 시즈카의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 (이하 '베지테리안')』라는 책이다. 나에게는 22명의 명사(?)들의 삶을 중심으로 '베지테리안2)'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후자가 보다 쉽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실 『프랑켄』의 경우 페미니즘-채식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걸음마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나에게는 뭔가 좀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다.

채식주의에 대해 오프라인에서는 단 네명에게만 이야기했지만, 어쨌거나 이 블로그를 통해 적어도 100명 정도에게 일종의 약속을 한 셈이다. 아무런 고민과 고통없이 채식주의자가 되보겠노라 결심한 건 아닌데, 『프랑켄』과 『베지테리안』을 번갈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힘겨운 길에 들어서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면, 어떤 식으로든 왜곡된 식문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만물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는 (미래의) 동지들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제는 동생이 근로기준법 제 59조에 의거한 휴가를 받은 날이었다. VIPS에서 점심 쏜다고 하는데 그냥 안 갔다. 사실 밥먹고 학교에 가도 될만한 시간이었는데, 스테이크는 좀 그렇더라. 난 스테이크의 경우 거의 레어로 먹고, 조금 속 안 좋은 날만 미디엄으로 먹거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아직은 아무런 느낌도 없는데, 육즙이 흐르고 있을 레어 스테이크를 상상하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쏠려왔다. –;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술 마실 때랑 밖에서 밥을 먹을 때인 것 같다. 사실 지금은 그다지 상관이 없다. 불가항력에 의해 술을 마셔야 하는 일도 없고, 학교에는 수요일마다 채식주의자 메뉴가 있다. 학교에서 밥을 지어먹는 채식주의자 모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요일도 상관없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마도 학교를 떠난 뒤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고민 안 하기로 했다. 그래도 육식사회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들어 보여서 맨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1주일을 늦춰서 31일부터 채식의 삶을 시작하려고 일단 마음먹었다. 그 기간 동안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불편해질 내 삶을 준비하고 왜 채식을 하려고 하는 지 다시 한 번 자문해보려고 한다. 물론 통닭과 맥주, 삼겹살에 소주도 먹고. 삼겹살은 상상해봐도 안 쏠리는 걸… ^^

1) 번역본의 제목을 의역하였기 때문에 원서의 제목 역시 함께 적어둔다.
2) 쯔루다 시즈카는 vegetarian의 번역어로 사용되는 '채식주의자'가 충분한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베지테리안'으로 사용하자고 말하고 있다.

  1. January 21st, 2005 at 02:34 | #1

    글쎄 …….. 왜 채식을 하시게됬는지 연유는 잘 모르지만, 채식은 피곤한 일입니다. 어쩌면 짐작하시는것보다 훨씬 더 ㅡ.ㅡ;;

    김밥먹으며 햄빼낼때의 핀잔은 어느 순간 구박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햄빼내면서 맛살도 빼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끝내지 않으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요. ㅎㅎ 참, 채식을 하면 마음이 착해지네 어쩌고는 '구라'입니다. 안그럼 제가 이리 숭악할수가 없죠 ^^;

    여튼 화이팅입니다. (아 저는 강골 편식쟁이입닌다.)

  2. January 21st, 2005 at 10:34 | #2

    권리의 주체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채식주의에 접근하다 보면 권리의 주체를 어디까지 확장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죠. "동물? 식물? 그렇다면 우리가 '무생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하는 문제요.
    논리적인 면으로만 따지자면 실용주의의 측면에서 채식을 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요. 채소나 해산물이 고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요. 제 친구는 "먹지마, 위험해"라는 책을 읽더니 바로 채식을 하더군요. (그 전에 "육식의 종말"도 읽었지만.) -_-;

  3. January 23rd, 2005 at 16:24 | #3

    꽃의 왕자// 저도 제가 채식한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착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음, 그러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개울// 그 『먹지마, 위험해』는 한 번 읽어보고 싶군요. 사실 제가 엄청난 박애주의자라서 채식을 한다기 보다는 채식을 함으로써 조금 더 생명의 고귀함에 관심을 가지고 싶은 개인적 욕구가 더 큰 것 같아요.

  4. 이계진
    May 21st, 2006 at 02:30 | #4

    저는 건강상의 이유보다는 채식이 인류의 식량문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주된 이유로 채식을 했었습니다, 집이 갈비집이라 얼마안가 포기했지만,. 식용으로 사육되는 가축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나 그 방목하는 넓은 면적에 채소를 심으면 식량난이 대폭 해결된다거나 하는 것말이지요. 채식하면 심성도 좋아집니다. 위에분들 아닐것같다고 하셨는데, 인간의 장은 애초에 육식보다는 채식에 알맞게 되어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내용에도 알게모르게 영향이 있습니다. 경험담입니다. 그리고 채식이라도 가급적 생식이 좋습니다. 짜고, 맵고,. 이런식으로 자극적인것도 역시 정신활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생명의 고귀함하고는 별로 관계없다고 봅니다. 동물을 살상하는것만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는건 좀 답이 안나오죠. 냉정히 생각하면 그런건 이유가 안됩니다. 전 우주와 그안의 지구, 그안의 생태계에 대한 상식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것이 총체적인 경제라고생각합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전체생태계의 존속과 번영이라는 큰 차원에서 생각해도 채식이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한테 강요하거나 권할필요없습니다. 그런건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겠지요. 채식이 여러모로 좋은건 분명한 사실이며,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 흡연이 폐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것처럼, 육식이 장수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남을 날이 오게 될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육식을 하는사람 = 지구생태계의 번영에 협조하지 않는사람’ 이라는 인식이 주류가 될 날이 분명 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채식에 대해 고민하던 몇년전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했습니다. 갑자기 채식인구가 늘어난것은 인터넷등 정보화로 인해 채식주의가 쉽게 이슈로 떠오른것이 꽤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세계어딘가에는 아직도 사람고기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계는 점차 동질화 되어가고 있고, 채식주의는 그 한가운데에서 시대적 당위성으로 세계시민의 기본양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June 16th, 2006 at 13:12 | #5

      지금은 저도 채식을 하지 않지만,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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