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를 고민하기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읽으면서 내 입 속으로 들어가는 패스트푸드 체인을 통해 소비되는 육류의 공급과정에 대해 놀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육식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지 않았다. 꿈꿀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과연 육식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여름 내내 계속된 내 생각의 꼬리는 육식에 대해서까지 어느정도 나아가고 있었는데, 8월 초에 씨네 21에 실린 이진경씨의 “개고기에 관한 명상”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생태주의와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나는 환경문제에는 무지하며, 무관심한 태도를 쭈욱 유지해왔다. 내 변화는 어디까지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생명에 대한 살육과 파괴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인간이 (같은 인간조차 포함하여!) 다른 생명체의 존엄을 파괴했던 일들이 인류의 역사에서는 어제 오늘의 일이겠냐마는, 2004년에 벌어졌던 일들은 나에게 이 존엄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채식을 시작하게 되면, 환경과 생태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게 되리라 본다.
2005년 1월이 가기 전에 채식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2004년의 마지막 날에 했었다. 나는 채식주의자들의 카페에도 하나 가입을 했고, 인터넷에서 채식주의자들의 경험담 같은 것들도 조금씩 읽고 있다. 우유와 그 부산물들은 일단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먹기로 했다. 그러니까, lacto vegetarian을 목표로 하는거다.
언제나 의지와 실천이 박약한 내가 과연 채식주의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 채식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 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하지만,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였던 육식광인 내가 정말로 채식을 하게 된다면 그건 단지 채식에 그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기대된다. 조만간, 채식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