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담배를 피는 이유는 하얀 연기 속에 한숨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일이 있다. 한숨을 숨길 일이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99년 가을 이후로 5년 동안 담배는 나의 소중한 애인이었다. 때로는 한숨을 숨기기도 했고, 기쁨을 머금기도 했다. 내 애인이 싫어진 것은 아니다. 늦은 밤 밤에서 빼무는 담배 한 대는 내 마음을 얼마나 평온하게 하는지는 아마 그 늦은 시간에 당신이 내 옆에서 지켜본다면 알 수 있으리라.
담배를 끊음으로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금연 이데올로기에 굴복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다지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인생, 벽에 똥칠할 정도로 살면서까지 볼 것도 그다지 없지 않은가. 금연빌딩과 같은 것들을 앞세운 혐연자들의 공세에 굴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예의바른 흡연자였으니까.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한 달에 담배값으로 4만원 정도가 나가지만, 정작 돈이 없을 때 사는 것은 식권이 아니라 디스플러스 한 갑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것은 내 주위에 있는 담배를 피지않는 사람들 때문이다. 담배를 피고 수업시간에 들어갔을 때 담배냄새난다고 숨쉬지 말라고 말한(–;) 후배도 있었고,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데 '왜 휴대폰에서 담배냄새가 나요?'라고 말한 후배도 있었다. 사실 내가 담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 하지 않는 내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담배를 끊으면 좋아할 친구는 많다.
담배를 물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내 속을 여행한 하얀 연기가 뿜어지는 광경은 참 좋다. 하지만, 이 한 개피가 당분간은 마지막이다. '금연'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흘도 안 되서 다시 담배를 꺼내 물 생각도 없다. 내가 언제쯤 이 사랑해마지 않는 애인을 다시 찾게 될지는 몰라도 당분간 이별이다.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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