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인도에 갔을 때, 기내식에 채식주의자 메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머리에 가벼운 쇼크가 일었던 기억이 있다. 학교를 2년간 비운 사이 학생회관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채식주의자 메뉴를 제공한다.
적어도 지난 달까지만 해도, 나는 고기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채식할까?”하니까 엄마가 “지랄한다”고 하신다.). 인간의 식욕을 위해 사육되는 동물의 권리같은 것도 당연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기 많이 먹으면 나중에 성인병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관심없었다. 난 일찍 죽는 게 꿈이니까.
이번 주 씨네21에 실린 이진경씨의 글을 보면서, 육식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타인의 욕구를 위해 내가 사육당한다면? 당연히 안되지. 그렇다면 내 욕구를 위해 타인을 사육한다면? 그것도 당연히 안 된다. 그러면 타인을 동물로 바꾸면? 모르겠다.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왜 '동물'인가라는 것이다. 그래, 소나 돼지나 개나 말이나 하여튼 고통을 느낄 것이다. 그럼 식물은? 예전에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류의 글을 본 적이 있긴 한 것 같은데. 책을 읽을 때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희생된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건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님에도 육식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항의하거나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과연, 사육되는 동물의 권리때문에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가? 난… 모르겠다.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지만, 일단 내일 개고기는 먹고 고민해야 겠다.
덧붙임 :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위해 다른 인간의 생존권을 빼았는 것에 비하면, 육식은 차라리 얌전하다.
한국에서 육식하지 않는 건 대단한 소신인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직장인들의 회식 메뉴만 봐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부분 고깃집이잖아요. 주변에 사육되는 동물들의 권리 때문에, 그것들이 너무 딱해서 육식하지 않고 생선이나 채소만 먹는 친구를 알아요. 저는 생선이나 채소에겐 미안하지 않냐고 묻고 싶지만 육식하지 않는 이유가 고통이 아닌 인간의 욕심으로 사육하는 것에 대한 문제이므로 차마 묻진 못했지만 저도 진심으로 묻고 싶어요. 존중은 하지만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덧붙인 말씀엔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
결국 이 포스트 이후에 50일 동안을 Vegan으로 살다가 다시 육식의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베지테리언으로 사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소수자로서 살아가기가 힘들죠. 덧붙임말은… 왠지 요즘 가자지구 사태가 떠오르는군요… 슬픈 현실이예요. 그나저나,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오래된 포스트에 댓글을 다신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