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기

지난 주인가? 샌들을 하나 샀다. 군대에서 왼쪽 엄지발톱이 깨지고 안에서 피가 고인 관계로 샌들을 신을 계획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나았기 때문이다. 아직 동네에서만 신고 있지만 말이다.

도보로 왕복 40분이 걸리는 할머니댁에 반찬을 가져다 드리러 갔다와서 샤워를 하는데 발이 온통 피다. 오늘이 두 번째 샌들을 신은 날. 그나저나 걸어오면서 계속 몰랐다니, 이 둔감함이란! 발이 까지고 상처가 생긱고 피가 조금 나기로 서니, 그렇다고 안 신으면 평생 못 신는다. 내 발 사이즈에 딱 맞추어 산 샌들도 길을 들여야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 서로를 길들일 수 있는 것일진대, 나는 내가 상처받고 내 마음의 성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지는 것이 싫어서 언제나 길들이기를 포기했었다. 물론, 나도 길들여지지 않았고. 독불장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인간관계가 별 볼 일 있을리 없다.

누구나 문 앞까지는 갈 수 있다. 문제는 부끄러움과 낯설음을 견디고 이질감을 가져다 줄 새 세계로의 문을 여느냐, 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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