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상처, 돌아서기
또다시 문 앞에 도달했었다. 부끄러움과 낯설음은 이겨냈지만, 나는 이번에도 문을 열지 못했다. 무척 오랜만에 관계의 문을 열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근 이주일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보냈었는데, 정작 상대방은 자신의 발톱이 나에게 상처를 남길까 두려웠나 보다. 애석하게도 그 사람의 착한 생각과는 달리, 사실 그런 상처는 물론이고 더한 상처조차도 이제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나에게 내 앞에 존재하는 것은 이제 문이 아닌 거울이었고, 그래서 그냥 돌아서야만 했다. 문은 열고 들어갈 수 있지만, 거울은 깨고 들어가야만 하지 않는가. 그럴수야 없는 일이지. 적어도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돌아섰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받지도 남기지도 않지만, 자신의 상처 또한 결코 치유되지도 않는다. 상처를 입기 두려워하는 영혼이 어찌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하리오. 어쨌든 이 소심함과 배려와 자기애가 바람직한 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 마음의 이 평온… 지독한 자기애를 벗어던지고 이제 나와 당신을 동등하게 아낄 수 있게 되었다는 증거. 그것만으로도 지난 이주일간 계속된 나의 ‘한여름 밤의 꿈’은 같은 이름의 셰익스피어의 희곡만큼이나 해피엔딩이다.
It was all yellow. 그건 모두 겁많은(소심한) 짓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