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지하철에도 버스에도 노약자석은 있다. 한 번도 국어사전을 찾아본 적은 없지만 ‘노약자’라고 함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땀흘려 노동하고 이제는 은퇴를 앞둔, 혹은 은퇴한 시니어들과 아직 혼자 설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다른 사람에 비해 다소 힘이 없거나 몸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의미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지하철에서는 자리가 많이 남지 않으면 거의 안 남는 편이고, 버스에서는 피곤할 때 가끔 앉는다. 물론 어느 경우에도 노약자석에는 앉지 않는다.

학교로 가는 길, 시간은 점심시간을 이제 막 넘긴 오후였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에게 어제는 하루에 삼일치를 다 살아버린 듯한 피곤한 하루였고, 여섯시간을 잤음에도 피로는 풀리지 않았다. 마침 사람도 별로 없기에 의자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차가 흔들려서 잠시 고개를 들어 차를 보는데 거등이 많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버스에 오르고 계셨다. 내 자리는 내리는 문 바로 옆. 내 앞자리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일어나려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여성분이 일어나신다. 대략 30대 말. 내가 다시 자리를 양보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다시 편한 자세로 돌아가려는 데, 그 할아버지 맞은 편을 물끄러미 바라보신다. 아무리 봐도 미취학으로 보이는 애 둘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할아버지 입을 여신다 –; “야 이놈들아, 여기 아줌마한테 자리 좀 양보해라.”

애들은 계속 자리를 지켰고 여성분은 난처해하며 할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말씀하시고 나는 일어나서 여성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할아버지의 매서운 눈빛을 가려주려고 아이들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았고 그 뒤로는 할아버지의 표정이나 눈빛은 보지 못했으나, 여자아이의 눈에는 무서움이 가득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이 놈의 땅에 심지어 노’약’자석에도 ‘약자’는 없다. 노자만이 있을 뿐이다.

덧붙임 하나 : 할아버지 주변에서 혀 끌끌차는 중년의 남성들이라니… –;
덧붙임 둘 :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같긴 하지만, 열받아서 그냥 포스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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