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내일 수능을 다시 본다면 바로 응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정행위의 수법에 대해 상세한 매뉴얼이 언론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브로커가 있었다는 의혹도 있으니, 말 다 했다. 학교선생들이 개입했다는 뉴스가 나온다고 해도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다. 촌지는 없어져도 수능 뒤의 사은행사는 없어지지 않았었으니까.
복학해서 이른바 '이해찬 1세대'인 후배님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내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어이없는 일들을 많이 겪었다. 휴대폰으로 대규모 커닝을 한다는 발상은 그들에게는 어쩌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리라. 어쨌든 그 90여명 덕분에 어제부터 전국 70만의 수험생은 물론, 그 일가친척들이 모두 분노에 잠을 못 이루었을 것이다. 대학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곧게 뻗어있는 이 공정(해야 할) 레이스에서의 부정시합은 아마 많은 이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얼마 전 SAT 문제를 훔치려는 미국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퍼펙트 스코어 The Perfect Score>라는 영화를 봤다. 사실, 스칼렛 요한슨이 아니었다면 전혀 볼 이유가 없는 영화였지만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SAT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그/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비할 수 있을까? –;
회사에 다니는 월급쟁이들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들까지 수능날이면 행여나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다수의 수험생들이 늦을까봐 출근시간을 늦춘다. 단 하루의 시험으로 이 땅 수십만 청춘의 미래가 결정되는 관계로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도 뜨지 않는다. 전국의 사찰과 교회와 성당은 기도하는 부모님들로 미어터진다. 아무리 싸가지가 없어도 고3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다. 지난 수요일 수학능력을 평가받은 이들에게 우리가 보여준 세상이란 고작 이런 것이다.
대학에 들어와도 그/녀들의 겪는 삶의 모습이란 별반 다를 바 없다. 인생을 판가름짓는 시험이 사라진 대신에 4년 내내 좋은 학점을 위해서 다시 피말리는 생활에 접어든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얻은 자료로 리포트를 썼다가 F를 받았다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가 이제 대학에서 정말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기분은 이번 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을 접했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아니, 굳이 대학교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불과 몇 주 전에 고교등급제로 그/녀들에게 상처를 준 바 있다. 지난 수요일 수학능력을 평가받은 이들에게 우리가 보여준 세상이란 고작 이런 것이다.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