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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自畵像)

April 13th, 2009 Leave a comment Go to comments

선배는 술꾼이었다. 밤이 깊어도 가지 않았다.
황무지같이 텅 빈 술안주와 참이슬이 한 병 서 있을 뿐이었다.
선배는 술을 두고 오돌뼈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 술병으로 바람벽 한 전등불 밑에
지갑이 텅 빈 상황의 선후배.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술집을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고학번 선배의 무조건 원샷과
그 엄청난 술버릇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한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술이었다.
음주는 가도가도 너무 좋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폐인(廢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주당(酒黨)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해장 위해 먹는 탕(湯)의 국물에는
몇 방울의 술이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참이슬 가득 마신
취한 술꾼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2000년 9월의 어느 날 내가 남겼던 흔적. 우연히 발견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1. 당고
    April 16th, 2009 at 05:17 | #1

    우엥 만날 안 달리는 덧글!
    알고 보니 이름이 두 글자라서?!!!

    • 당고
      April 16th, 2009 at 05:20 | #2

      이름이 세 글자 이상 되어야 달리는 거였어요! 근데 제 컴퓨터에서는 ‘당신 닉네임이 너무 짧거나 길어서 등록이 안 된다, 3자에서 20자 사이여야 된다’ 뭐 이런 에러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저는 만날 덧글 달려고 시도하다가 ‘왜 안 되지?’ 하고 좌절했다는;; 이제 도서관에 와서 시도하니 에러 메시지가 제대로 뜨네요 흑ㅠ_ㅠ

      • April 21st, 2009 at 03:41 | #3

        아하! 그렇군요. 별 볼 일도 없는 블로그에 댓글 달려고 많은 노력해주셔서 감사. 짝짝짝. 이름의 글자제한은 바쁜 일이 끝나면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빠쁜 일이 끝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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