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비밀의 화원 > 휴가가 필요해

휴가가 필요해

February 5th, 2009 Leave a comment Go to comments

월요일 밤부터 어제 밤까지 사르투누스의 아들이 되어 온 몸을 뜯어먹히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장 심하게 아팠던 것이 아닌가 싶다. 몸살이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감기가 허리를 받치고, 알레르기성 비염이 구대성보다 완벽한 마무리투구를 선보였다. 화요일에는 입사후 처음으로 조퇴(물론 반차쓰고)했다. 어제 오후의 상태가 가장 최악이었는데, 퇴근 한 시간 전부터 코만 풀다가 퇴근을 했다.

몸이 아프고 퇴근을 했다고 해서 귀가한 것은 아니다. 어제 오후에 문자가 한 통 왔기 때문이다. “오늘 홍대에서 J 환송회하는데 올 수 있니?” J는 내가 가장 최근에 좋아했던 여성이다. 그녀는 금요일, 그러니까 내일 유학을 간다.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가지 않으려다가, 유학가면 앞으로 몇 년을 못 볼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그 몸을 이끌고(!) 홍대까지 갔다. 가는 길에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유서라도 써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땀도 안나고 눈물도 안나고 코도 조금 뚫리는거다. 이 무슨 마법같은 일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드디어 유학을 떠나는 J에 대한 대견함 반, 앞으로의 고생에 한 걱정 반으로 함께 소주를 진탕마시고 새벽 2시쯤 들어왔다. 오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우리 인터넷에서 자주 만나기로 해요. 고마웠어.” 그렇게 또 한 명의 사랑을 떠나보냈다.

막상 남아있는 나는, ‘중요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하다. 휴가가 필요해.

덧붙임 첫번째 :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다 나았다. 이 놈의 몸뚱아리! 술이 안 들어가면 뭐가 되지를 않아!

덧붙임 두번째 : J가 기억하는 나의 마지막 모습은 눈물때문에 눈이 퉁퉁 붓고, 코가 다 헐어버린 흉칙한 캐안습 몰골…이라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다. 휴, 나가지 말껄…

Audio clip: Adobe Flash Player (version 9 or above) is required to play this audio clip. Download the latest version here. You also need to have JavaScript enabled in your browser.

한희정 – 휴가가 필요해 (너의 다큐멘트, 2008)

투명한 바다같은 꿈을 꾸고서
문득 내뱉었지 ‘내겐 휴가가 필요해’

항상 다 그런거라고 달래도 늘 그때뿐
마치 나 중요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초라해보여 답답해 정말
어떡해야해 이게 뭐야

투명한 바다같은 꿈을 꾸고서
문득 내뱉었지 ‘내겐 휴가가 필요해’

좋아 단 하루만 더 참기로 해(괜찮을까)
맞아 나 중요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렸지

  1. sesism
    February 9th, 2009 at 21:48 | #1

    아이코,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많이 아프셨던 것 같은데 그와중에도 많은 일을 치르셨네요. 마음까지 많이 아프신 건 아니죠? :)

    • February 10th, 2009 at 12:20 | #2

      포스트에 쓴대로 거의 다 나았다가, 주말에 올 시즌 마지막 보딩을 나가서 골병이 들어서 왔네요.
      마음은… 몸에 비해서 건강한 편입니다. 아플 때가 별로 없어요.

  1. No trackbacks y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