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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보조장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December 12th, 2004 Leave a comment Go to comments

며칠동안 꿈에서 같은 사람이 나와서 저를 괴롭힙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칼을 맞는 꿈이야 제 악몽의 프로토타입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상에 매일같이 나와서 비명을 질러대는데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겠어요. 완전한 가공의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 그 사람이 한 이야기가 제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거든요. 문제는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거죠. 기억보조장치가 필요한 시점인거죠.

영화 <코드명 J>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머리 속에 실리콘 칩을 넣고 다니죠. 꿈때문인지, 고대 그리스어와 중세 아일랜드어 따위의 예시를 외워야하는 시험공부때문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기억에 보조장치를 달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뭐, 그런 기술이 막상 등장한다면 충분히 감시기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반대할 것 같지만… –;

물론 인간에게 '망각'의 능력이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아픈 기억이 존재할 때, 망각은 그 상처를 딛고 새 출발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조건인 것 같아요. 가혹한 현실을 투입하면 새로운 삶이 산출되는 멋진 상자가 망각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뒤집어 보면 현실을 망각한다는 것은 오히려 아픈 과거와 현실을 감내하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우리가 각자의 개인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라면,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서 잊고 싶은 경험일지라도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증발시켜 버리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결론은 기억보조장치를 머리 속에 설치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사고력만 뒷받침된다면 이제 시험 때 외우는 걱정은 없을꺼예요. 오랜만에 만난 후배의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당황할 걱정도 없지요. 좋은 기억은 오래고 머리 속에 저장될테고, 나쁜 기억은 반편교사가 되어 삶을 더욱 충실하게 하겠지요. 아직까지도 앞에 옛날 번호가 안 써 있는 버스는 다른 데로 갈까봐 무서워서 못 타는 저조차도 시내버스 노선이 아무리 바뀌어도 걱정 없어지겠지요.

정말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을 기억을 가지고 있을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이 계시다면 양해를 구하며, 정신건강을 위한 넋두리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찌되었건 결과는 이제 다시 뇌세포에 교재내용을 꾸역꾸역 집어넣을 시간이라는 것이지요. 흑…

덧붙임 : 블로깅을 좀 하다보니 이제 code-switching이 자유자재로 되는군요. 혼자 끄적이는 글들의 서술형 어투와 읽는 대상을 전제한 글의 두루높임 어투.

  1. December 12th, 2004 at 18:04 | #1

    저도 그런생각을 한적이 있어요..
    내가 간직하고 싶은 기억(예를들어 시험공부나 사랑했던 추억들..)은 기억보조장치에 넣어놓고 싶은데..

    또 간직하기 싫은 기억은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도록..

  2. December 12th, 2004 at 19:38 | #2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근데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많은 사람의 욕심이 -_-;

  3. December 12th, 2004 at 19:48 | #3

    돈 많은 사람이 더 좋은 기억보조장치를 쓸 수 있게 됨으로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는 일도? (진짜 별 생각을 다하게 되네요… ^^;;;;)

  4. December 12th, 2004 at 22:42 | #4

    그런 것이 없으니 끊임없이 기록해야죠;ㅅ;)

  5. December 12th, 2004 at 23:08 | #5

    델파이// 다들 이런 생각하겠죠? ^^
    곽군// 아, 욕심도 보존될까요? 음…
    헤르시즈// 제 기억보조장치를 착취당하는 일도 생기겠죠. –;
    !놀이터// 하긴, 저는 기록 및 보존에 너무 집착해서 편집증이란 소리까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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