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라는 강박관념

중, 고등학교시절에 선생님 하라는대로 착하게 살았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신호등을 건너면 안 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까지 사회적으로 정해진 규범은 끊임없이 우리를 '표준'화 시킨다. 그걸 다 지키는 사람은 살면서 거의 보지 못했다.

시간을 두고 반복되는 '불여우 논쟁'을 보면서 '표준'이라는 것이 그렇게 엄밀하게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Firefox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엔트리를 작성할 때 표준 코드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는다. HTML이나 XHTML이나 XML과 같은 것들이 이름에서 드러내고 있듯,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로서의 언어로 기능한다면 커뮤니케이션에 지장이 없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겠지만. 사실 이 글은 불여우 논쟁에 끼려고 쓴 글은 아니고…

표준어에 대한 글도 이미 몇 개 썼지만, 언어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나의 생각은 동일하다. 규범문법론자들이 말하는 지켜져야 할 완벽한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계속 변화한다. 그것도 학자들이 밝혀내는 규칙 이상으로. 때로는 표준화를 지향하며 변화하는 경우도 있고, 표준화에 저항하여 변화하는 경우도 있고. 외계어의 경우처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표준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미 대중화된 인터넷 언어의 어투에 대해 딴지를 걸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Grice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4가지 격률에 대해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데 지장이 없으면 중요한 것은 그 대화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질이다. '완벽에 가까운 무언가'를 규정하고 표준을 내세우는 이들이 실제 생활에서 표준으로 여겨지는 규범들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언어를 비롯한 몇 가지에 대해서만은 별개의 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표준이라는 강박관념을. 그래서 가장 보수적인 것은 한나라당이나 극우 보수단체들이 아니라,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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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

Comment by --;;
2004-12-09 12:57:07

표준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가 전혀 안되어 있으시군요;;

 
Comment by Reidin
2004-12-09 14:54:13

프로그래밍 언어는 일반 언어와 완전히 다릅니다. 일반 언어로서의 개념을 프로그래밍 언어와 연관시키면 당연히 맞지 않습니다.
HTML, XHTML, XML 이것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로서 언어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정의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일반 언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간이 아닌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TML이 대화하는 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웹브라우저 안에 들어있는 HTML 해석루틴입니다. (IE의 경우에는 mshtml.dll 이라는 파일이 이 기능을 해줍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표준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정말 간단합니다. 컴퓨터는 융통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컴퓨터는 yes 아니면 no 이 두가지밖에 없습니다. 중간에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을 것 같은데…"하는 두리뭉실한 표현은 컴퓨터는 이해 자체를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표준이 존재하는 것이죠.

 
Comment by suksim
2004-12-09 16:39:28

Reidin// 설명을 들으니 왜 표준을 강조하는 지 알 것 같네요. 신경을 써야하는 문제로군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일반적인 언어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하려던 얘기는 일반언어의 보수성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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