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man Returns>를 보긴 봤는데…
2006년 여름시즌 가장 기대되던 영화였던 <Superman Returns>를 혼자 본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남자친구들은 “남자와 영화를 보지는 않아. 안 보고 말지.”라고 말했으며,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여자친구들은 “남자들은 뭐 그런 영화를 본다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보긴 봤다. 혼자 영화를 볼 때 가장 좋은 것은 내 맘대로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어린아이들이 적을만한 밤늦은 시간으로 정했다. 아뿔싸, 요즘 젊은 부부들이 23시가 넘어서 영화가 끝나는 야심한 시각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에 오는 줄은, 정말 몰랐다! 다행인 것은 나와 함께한 미성년관객님들은 나이에 비해서는 상당히 점잖은 관객이었다는 점이다. 수퍼맨이 아름다운 자세로 날아오를 때 감탄의 한 마디를 내뱉거나 과자달라고 칭얼대는 정도였으니까, 일부 몰지각한 성인관객보다는 나은 셈이다. 니야님의 ‘초딩분리정책’을 떠올리며, 귀가하면 “우리도 어릴적 에스퍼맨, 수퍼맨,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영웅들을 극장에서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저 아이들의 꿈많은 어린 시절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잡음따위는 이해하고 봐야되지 않겠습니까!”라는 트랙백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이 순간 우리 말에 현재완료가 존재하지 않는 점이 정말 원망스럽다.
돌아온 수퍼맨이 루이스 레인(과 기타 등등)을 구하기 위해 우주선을 날려보내고 비행기 날개를 잘라내는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내 눈을 찌르는 강렬한 빛. 나는 수퍼맨이 내 눈에 레이저광선이라도 쏜 줄 알았다. 빛의 근원지를 찾아 눈을 돌려보니, 그곳은 스크린이 아니라 내 자리 왼쪽 15cm하단! 옆에서 보던 꼬마관객님께서 긴박감에 앞 좌석에 손을 올리고 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에는 나도 신어본 기억이 있는 ‘아티스’류의 발광신발(여러분 이때의 감정은 도대체 어떤 이모티콘으로 표시해야 하는 것입니까. 알려 주세요.)… 할 말이 없었다. 설마 영화관에 발광신발을 신고 올 줄이야 그리고 발광신발의 빛이 그렇게 밝은 것이었다니… 바로 옆에 앉은 아이의 어머니는 ‘수퍼맨 팬클럽 한국지부장’ 혹은 ‘루이스 레인기자 후원사업회장’이라도 되는지 발광신발의 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크린을 어찌나 뚫어지게 바라보시는지 레이저광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 몇 번의 긴박한 장면이 더 지나간 뒤 아이의 부모님께서는 고맙게도 아이의 신발을 벗기고 무릎에 앉혔다.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부모님께서 다른 관객을 위해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이동의 자유를 빼았는 그 광경에 시큰해진 코끝을 한 번 훔쳐주고, 시선을 스크린으로 돌렸다. 수퍼맨이 힘을 잃고 추락하고 있었다. 곧 이어 땅에 떨어져서 혼수상태가 됐다. 내 마음처럼.
니야님을 차기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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