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의 사태’
고시생들이 ‘만약의 사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딱 한 가지 경우이다. 유예없는 두 번째 2차 시험을 마치고 시험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들은 불합격을 ‘만약의 사태’라 부르는 것 같다. 낮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 전화였다. 소 뒷걸음 치다가 쥐잡는 격으로 취직에 성공한 나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어서 전화는 짧게 끝났다. 궁금했다. 나도 고시를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친구와 후배는 물론이고, 선배들 중에서도 고시생이 참 많다. 나도 그 중 한 명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부모님은 아직도 미련이 있는 듯 한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안 하길 잘했다. 내 경우에 ‘만약의 사태’란 합격을 의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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