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2005년 결산을 하면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은 연애라고 했었다. 작년엔 누구와 어떻게 만나서 뭘 해야할 지 몰랐다. 금년엔… 취직해서 그런지 소개팅이 계속 들어온다. 누군가를 만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나의 무개념도 상당히 많이 극복이 되어서 이제 이탈리아인이 직접 만드는 수제 페퍼로니 피자가 앞에 놓여 있다해도 네 조각 이상 먹지 않을 자신이 있다! 뿌듯!
2006년에 다섯 번 소개팅을 했으니 한 달에 한 번 꼴로 한 셈인데, 가장 최근에 소개팅을 한 여성을 제외하고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사실 마음에 들기는 모두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이 ‘마음에 들다’라는 표현이 동기들과 대화하면서 ‘야, 나는 이번에 들어온 후배 중에 저 녀석이 가장 마음에 들어.’라고 얘기할 때와 손톱, 아니 손톱 끝의 하얀 부분만큼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연락이 자연스럽게 끊긴 이유는 내가 연락하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고, 가장 최근에 소개팅을 한 여성과 아직 연락을 하는 것은 내가 (회사에서 업무체크하듯이) 메모하면서 정기적으로 연락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내가 이미 긴 솔로생활 끝에 득도하여 ‘연애불능’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어쨌든 이런 상태라면 굳이 비싼 밥 먹어가면서 소개팅을 할 것이 아니라 몇 년 동안 내가 맘에 들어했던 친한 선배, 후배, 동기들을 만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해야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한다면 글쎄, 다른 친구들은 모두 휴대폰이 있는데 나만 없는 경우와 같지 않을까. 나만 없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있을 때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더욱 보챈다. 연애의 경우 친구들이 애인이랑 놀 때 나랑 놀아주지 않으니까 나도 좀 아쉬움이 생기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거절하기엔 아직 formal한 관계인 어떤 분께서 간곡히(?) 소개팅을 주선하셔서 또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최근의 정신상태로 볼 때 아마도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면 앞으로 소개팅따위 안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서 감히 기원하건대 이번에는 좀 가슴설레는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역시 석심. 읽으며 왜이리 웃음이 날까. ^^
뭐가 웃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