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청년 서울방문기.
후배녀석이 휴가를 나와서 같이 놀아주다가 사당역에서 막차를 타고 집에 왔다. 버스를 기다리며 사람없는 곳에서 담배 한 대 피고 있는데 나에게 접근하는 묘령의 남성. 담배 한 대 달란다. 줬다. 안양에 어떻게 가냐고 묻는다. 아니, 이걸 왜 몰라. 귀찮았지만 알려줬다. 고맙다면서 신세한탄 시작. 어려서부터 강릉에서 사셨다는 이 분은 강릉을 벗어난 일이라고는 30분거리의 주문진에 간 것이 전부라고. 정말 아끼는 후배가 백일휴가를 나와서 얼굴보려고 서울에 왔는데 고속터미널에서 길을 알려준 사람이 실수를 했는지 서울을 한 바퀴 돌고 다섯시간만에 사당역에 도착했다고 한다. 같이 버스 탔다. 목적지는 우리 집을 지나서 몇 정거장 더 가야하는 안양역이라고 하는데, 거기까지 가주기는 좀 그래서 우리 집 앞에서 택시를 타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기 배터리가 바닥나서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내 배터리를 빼서 잠깐 빌려줬다. 전화기가 구형이라 안 맞는다. 편의점에서 충전해서 통화에 성공. 택시를 탈 때까지 우산을 씌워주면서 함께 기다려주는데 주소를 적어달란다.
나 : “왜요?”
강릉청년 : “너무 고마워서 오징어 한 짝 보내드릴려구요.”
나 : “…”
강릉청년 : “좋은 걸로 보내드릴께요.”
나 : “자꾸 이러시면 저 우산 안 씌워드리고 들어가요.”
강릉청년 : “그러시다면야… 정말 감사드려요.”
나 : “아니요, 뭐. 집에 가는 길인데요.”
택시를 타고 안양역으로 가는 것을 보고 집에 들어왔다. 잘 만났으리라 믿는다. 웬지… 오징어 한 짝이 아깝다. 주소를 적어줄 껄 그랬나? -_-;
오우.친절한 석심씨.
원래는 오징어 한 짝에 대한 아쉬움이 포인트…
석심님, 성인군자셨군요!
요즘 성인군자는 선행을 베푼 뒤에 밤에 잠을 못 이루다가 결국 냉장고에서 마른 오징어 꺼내서 구워먹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