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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December 23rd, 2004

기말고사 직전에 중세국어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 문제가 갑자기 궁금했었다. 이제는 인과관계의 딜레마를 뜻하는 보통명사까지 되어버린 이 난제의 정답은 뭘까?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물론, 양계장에서 달걀을 낳을 것만을 강요받고 있는 닭들에게는 조상에 대해 생각할 이유따위 존재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반론과 반박은 언제나 환영.

언어학적 관점에서
한국어학적 관점에서 볼 때, 당연이 닭이 먼저다. 우리말에서 달걀은 '(닭)'과 ­'(소유격조사)'와 '앓(알)'의 결합으로 형성된 단어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영어의 경우를 확인하기 위해 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서 검색해 보았다. 전혀 관계없는 듯 하다. 많은 언어에서 닭과 달걀이 같은 어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언어학적 관점에서의 분석은 무의미.
진화론적 관점에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폐기하고, 다윈의 진화론을 전제하면 결론은 간단하다. 동일 개체 내에서의 형질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전 세대의 유전자가 승계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들이 새로운 종의 시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닭이 먼저일까? 최초의 닭을 가정할 때, 바로 전 세대의 개체들은 당연히 닭이 아니다. 그 개체들이 번식을 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닭이 깨뜨리고 나온 알은 달걀로 보아야하는가 아니면 달걀이 아니라고 보아야하는가? 즉, 달걀은 '닭이 낡은 알'인가 혹은 '닭이 들어있는 알'인가? 다시 사전을 찾아봐야겠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 연세한국어사전, 다음에서 제공하는 동아 새국어 사전 등이 모두 '닭이 낳은 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의 닭이 들어있던 알이 '최초의 달걀'이 아닐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달걀 안에 있는 개체가 닭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설마, 닭은 알을 깨고 나온 뒤에야 닭이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최초의 닭의 부모세대는 일부 견해에 따라 Red Jungle Fowl이라고 가정하면 Red Jungle Fowl egg에서 나오는 것이 Red Jungle Fowl이 아니라 Chicken일진대 어찌 Chicken Egg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달걀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1. December 23rd, 2004 at 04:06 | #1

    전 닭에 올인.
    세포들이 융합해서 닭이 된 다음에 번식능력이 있도록 진화된 게 아닌지(…)

  2. Lucid
    December 23rd, 2004 at 04:12 | #2

    안녕하세요- 태터 홈에서 보고 왔습니다^-^;
    상당히 재밌는 글이네요.

    진화론적 관점에 대해서…
    연속적인 개념을 불연속적인 개념으로 전이해서 보는 데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초의 닭' 혹은 '최초의 달걀'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했던 것일까요 :)

  3. December 23rd, 2004 at 12:34 | #3

    은신초// 닭의 조상들도 번식능력은 있었으니 닭이 나왔지 않을까요? –;
    Lucid// 저도 그게 의문이긴 한데… '최초의 닭'을 부정하면 저 문제 아예 해결이 안 되잖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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