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우리가 머리 속에서 사고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추상언어를 mentalese라고 한며, 우리말로는 '정신어' 혹은 '사고언어' 정도로 번역한다. 언어학이나 인지과학의 전공자가 아니면 쉽사리 들어보지 못했을 단어이지만, 깊은 산 오솔길 옆에 있는 이 곳에 들러주신 블로거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의미론” 수업시간에 '언어없이 사고할 수 있는가'하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 유명한 사피어-워프 가설을 대표로 하는 언어(구조)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언어결정론이 있는가 하면, 언어의 차이가 사고의 차이를 결정한다는 언어상대주의(사피어-워프 가설은 여기에서 발전된 것이다.)도 있다. 그 정반대편에 'mentalese'를 이야기하는 인지과학적 접근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언어가 사고를 반영할 수는 있으나 사고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언어를 가지지 못한 동물들이 본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사고언어는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가 알몸으로 거리를 걷지 않듯이 사고언어 또한 성대에서 두 입술을 지나면서 옷을 입고 외출을 하게되는데, 이것이 (자연)언어이다.
우리는 에스키모와 같이 눈에 대한 다양한 어휘를 가지지 않았지만 우리말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눈을 사고언어에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 소설가나 시인 정도가 사고언어에 대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눈을 우리말로 간신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언어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수의 개념을 자연언어의 어휘가 쫓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누군가의 입을 떠나 공기 중을 부유하는 그 미완성의 언어를 귀에 담기 위해 우리 역시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인 것 같다. 누가 내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미완성의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여 내가 보낸 사고언어의 전음(傳音)을 듣는 사람이라면 나의 친구로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친구가 꽤 많은 것 같아서 수업시간에 괜히 혼자 흐뭇했다. 언제나 미완성의 언어 그대로 받아들이려고만 하는 이들은 당연히, 사양한다.
트랙백 보낸 곳.
올블로그 주제별 분류의 “우리 시대의 말, 말, 말.“
아.. 생각해보니 전공자였네요–;
어이, 그래도 전공만 9학기째라네…
앗. 저도 전공자에요 :)
그렇다면 언젠가 만났을지도 모르겠군요. ㅋㅋ
에스키모들의 눈에대한 다양한 말들에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어떤 말들이 있는지…
꼭 좀 부탁드립니다.
다른 글자를 사용해서 여기에 올려주시기 힘드시면 책이나 웹사이즈 주소… 등이라도 소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찾았습니다.
http://rec-puzzles.org/new/sol.pl/trivia/eskimo.snow
덕분에 저도 좋은 공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