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말해야겠다.

Inspired by
초희님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

어제는 오랜만에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서 집에 놀러가서 저녁을 먹고 술도 약간 마시고 왔다. 무척 재미있는 자리였으나, 나는 정작 밥을 먹지 않았다. 호스티스에게는 그냥 밥을 먹고 왔다고 했고. 그녀가 준비한 저녁이 쇠고기가 듬뿍 들어간 카레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온전한 베지테리안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건 내가 자립적 베지테리안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며, 나는 아직까지 특수한 상황에서는 육식을 하고 있다. 가령, 설날 아침에 식탁에 만두국만 올라왔을 때는 만두국을 먹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집 밖에서도 '특수한 상황'을 용인하는 것은 납득하거나 될 수 없는 범위의 것인지라 집 밖에서 저녁을 먹을 경우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일행 중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 보지 않은 어떤 집단에서 누군가가 '나 베지테리안이야'라고 커밍아웃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반응은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그를 배려하거나, 대놓고 쌩까거나.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일행들이 배려해줄 때 가장 난처할 것 같다. 내가 베지테리안이라는 이유로 그/녀들의 선택을 제한할 권리가 내게 있는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초희님의 말씀처럼 지나친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기검열은 인간의 숙명인지도. 그런 의미에서 쌩까는 경우나 어제의 저녁식사는 차라리 양호한 경우다. 그냥 내가 녹색반찬들만을 골라 적게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내게 약속이 없는 경우는 그 동안 둘 중 하나였다. 바쁘거나, 돈이 없거나.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의식적으로 약속을 만드는 것을 피하고 있다. 내가 좀 더 엄격한 베지테리안이 되고 내 자신에게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그럴 생각이다. 좀 자신이 생기면 언젠가는 초희님처럼 말해야겠다. “채식은 내가 하는 운동들 중 하나예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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