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하는 정신
책장정리에 이어 매일 조금씩 서랍의 수많은 잡다한 것들을 버리고 스크랩하고 있다. '생활의 발견'들이 왜 죄다 군대에서 했던 짓거리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재爛?것을 또 하나 찾았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명상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중대별로 돌아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짧은 글을 읽는다. 물론 그 방송을 듣는 사람은 없다. 물론 아침점호 때 하루의 시작을 여는 '조국기도문'도 있었다. 이것들에 대해 각각 분기에 한 번 '일일정신교육 우수'로 포상을 준다. 4박 5일의 휴가가 부상. 나는 조국기도문, 명상의 시간을 모두 받아서 공짜휴가가 두 개나 생겼었다. 이등병 때 받은 2002년 3/4분기 명상의 시간 우수작이 서랍에 있었다. 재밌다.
저는 오늘의 일일기자를 맡게 된 본부중대 이병 XXX입니다. 오늘은 절약하는 정신에 대하여 짧은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요즈음 부대에 전반적으로 물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전우분들께서 불편을 겪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풍족할 때에는 자신이 누리는 풍족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르기 마련이어서 다시 물부족이 해결되고 나면 물 한 방울 절약하는 지금의 의지들이 얼마나 남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80년대, 레이거노믹스 정책을 몸소 실천하며 크라이슬러를 일약 선두 자동차기업으로 이끌었던 리 아이아코카 사장은 그 자신의 경제적 업적도 경애받을만 하지만, 그보다는 근검절약하는 생활로 더욱 존경을 받았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그의 멋있는 패션에 대하여 질문하자 그는 겉치장에는 단 1달러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내가 입던 옷이 유행이 지나더라도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합니다. 그리고 다시 유행이 돌아오면 십수년 전에 입었던 옷들을 꺼내입는답니다. 내 인생동안 계속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유행에 맞는 옷들을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부대내에서 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우리 153대대를 경제적으로 효율성있게 그리고 환경친화적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그 노력과 결과는 미국과 크라이슬러에 엄청난 부를 안겨준 크라이슬러 회장보다 더 가치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당장 이 순간부터 자신이 쓰고 있는 보급품 하나하나 그리고 일과시간에 사용하는 많은 물품들을 조금만 더 아껴쓴다면 그 첫걸음이 여러분의 위대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전우 여러분께서도 아이아코카와 같은 부자가 될 지도 모릅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물론 절약은 참 좋은 미덕이지만, 레이거노믹스에 아이아코카라니… –; 갑자기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 좋더냐?'하고 묻던 이수일의 대사가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4박 5일 휴가증이 그리 좋더냐?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마냥 좋았을 것 같다. 더구나 2002년 8월이면 이등병이었잖아. 조국기도문도 찾아봐야겠다. 그건 더 가관이겠군.
우핫핫핫.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ㅋㅋ
보관하고 계신게 더 신기합니다 그려.
제가 약간 수집벽 비슷한 게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