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와서 읽은 책들
논문을 하나 찾으려고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과거에 대출한 서적을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무슨 책들을 봤었나 보니…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도 많다.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들의 권수가 내 대학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연도별 변화를 살펴보면 98년 69권, 99년 60권, 00년 5권, 01년 4권(–;), 02~03년 0권, 04년 62권이다. 내가 강의실보다는 종로 혹은 대학로, 명동 등지를 가까이하던 00~01년에는 책을 주로 사서 읽었기 때문에 저렇게 적은 것 같다.
98년에 빌린 책들은 거의 대부분이 여성학 관련 서적인데, 1학년 때 들은 과목 중 가장 열심히 들었던 “여성과 사회” 과목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그땐 참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또문 동인지들은 거의 다 빌려 보았고, 섹슈얼리티나 여성노동에 관한 책들도 많이 빌렸었다. 자퇴로 이어진 성폭력사건의 파장에 영향을 받았었는지 성폭력 관련 도서들도 몇 권 있다.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를 읽으며 '아, 대학교 고작 이 정도였어?'하던 생각이… –;
2학년 때 읽은 책들은 너무 분야가 다양한데, 읽었다는 기억 자체가 없는 책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들었던 수업들과도 큰 연관성은 없네. 대체로 언어학 책이 많은 가운데, 포스트모더니즘과 문학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학 관련 서적은 현저히 줄었지만, 조르쥬 상드나 버지니아 울프에 심취했었나 보다. 왜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날까 6^^. 아주 낯설은 제목이 눈에 띄는데 『Catch-22』와 『송상엽의 중급회계』. 앞의 것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왜 읽었는지는 모르겠고, 뒤의 것은… 내가 한 달 정도 공인회계사를 나의 미래로 설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해줬다. 아, 왜 그런 생각을… 그 이후의 책들은 전공 책이거나 수업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므로 봐도 별 재미는 없었다.
내가 그 책을 읽고 무엇을 얻었는지 기억나는 책이 많은 걸 보면, 그리고 읽었다는 기억조차 없는 책이 많은 걸 보면… 나이 몇 살 더 먹고 책 좀 읽는다고 머리에 뭐가 차는 건 아닌가보다.
저번에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피워보지도 않은 담배에 대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다 당사자들 앞에서 망신당한 적이 있습니다. 글을 통한 지식도 지식이겠지만 경험적인 지식보다는 우선시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었다고 해서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아뭏든 쌩뚱맞은 자리라서 술맛이 더러웠습니다.
갑자기 웬 존댓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