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록
방정리를 하다가 군대에서 쓴 수양록을 찾았다. 일기는 따로 썼으니 보존할 이유는 없지만, 그냥 버리려다가 몇몇 글들은 보관하고 싶어서 여기에다 정리.
군복무 목표
- 2개월 2개월 동안 성실한 생활자세를 배양하는 한 편, 마초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전역 후에 부모님께 어엿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 2개월 2개월 동안 성실한 생활자세를 배양하는 한 편, 마초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전역 후에 부모님께 어엿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2002년 5월 14일
오늘도 새벽 세 시에 일어났다. 금방 잠들기는 했지만 연이틀 불침번도 아니었는데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여전히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된 상태였고 기침은 이제 거의 다 나았다. 오전에는 정훈장교님을 모시고 정신교육을 받았다. 정훈장교가 뭘 줄인 것인지는 몰라도 분위기에서 풍기듯 졸라 짜증나는 수업이었다. 수면의 오오라! 시험도 봤는데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 이유'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할 수 없은 이유'를 서술형으로 약 30분간 쓰는 문제였다. 내 생각과 다르게 억지로 쓰려니까 짜증났다. 북한은 엄연히 남한과 다른 국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영토를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동분자도 아니고 매우 나이브하게 말하면 미국과 쿠바처럼 가까이 있지만 다른 두 나라가 아닌가. 그리고 솔직히 북한은 곧 개방할 것이다. 장담컨대, 내가 제대하기 전에 중국식의 사회주의+자본주의 체제로 개혁하거나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나마 문호를 개방하거나 할 것이다. 어쨌든 계속 졸았다.
오후에는 총검술을 했다. 어제의 집총제식을 연상하여 덜 빡세고 재미있을 것 같은(솔직히 여기서 배우는 어느 것도 '재미'있지는 않지만…) 과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졸라 빡셌다. 차려 총 자세에서 좌 제쳐, 우 제쳐, 좌로 돌아, 우로 돌아, 뒤로 돌아, 이동 등을 배웠다. 강의를 맡은 신XX 중사가 백병전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요즘 시대에 총검술은 저~언혀 필요없을 것 같다.
오늘도 새벽 세 시에 일어났다. 금방 잠들기는 했지만 연이틀 불침번도 아니었는데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여전히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된 상태였고 기침은 이제 거의 다 나았다. 오전에는 정훈장교님을 모시고 정신교육을 받았다. 정훈장교가 뭘 줄인 것인지는 몰라도 분위기에서 풍기듯 졸라 짜증나는 수업이었다. 수면의 오오라! 시험도 봤는데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 이유'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할 수 없은 이유'를 서술형으로 약 30분간 쓰는 문제였다. 내 생각과 다르게 억지로 쓰려니까 짜증났다. 북한은 엄연히 남한과 다른 국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영토를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동분자도 아니고 매우 나이브하게 말하면 미국과 쿠바처럼 가까이 있지만 다른 두 나라가 아닌가. 그리고 솔직히 북한은 곧 개방할 것이다. 장담컨대, 내가 제대하기 전에 중국식의 사회주의+자본주의 체제로 개혁하거나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나마 문호를 개방하거나 할 것이다. 어쨌든 계속 졸았다.
오후에는 총검술을 했다. 어제의 집총제식을 연상하여 덜 빡세고 재미있을 것 같은(솔직히 여기서 배우는 어느 것도 '재미'있지는 않지만…) 과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졸라 빡셌다. 차려 총 자세에서 좌 제쳐, 우 제쳐, 좌로 돌아, 우로 돌아, 뒤로 돌아, 이동 등을 배웠다. 강의를 맡은 신XX 중사가 백병전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요즘 시대에 총검술은 저~언혀 필요없을 것 같다.
2002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문득 보고 싶어졌다. 어젯밤에 백일휴가 나가는 꿈을 꿨다. 사회가 벌써 그리워진다. 오늘 화생방훈련을 받을 때도 지나가던 고딩들이 얼마나 반갑던지(내가 무슨 로리타도 아니고 –;). 군이라는 사회에 하루하루 고립되어 가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있었던 사회에서 잊혀지고 나 또한 그곳을 잊어가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프겠지만 그것이 하루하루 나의 모습이다. 이런.
오전부터 오후까지 화생방에 매진한 하루였다. 오전에는 이런저런 훈련들을 하면서 화생방 실전훈련에 대한 대비를 했고, 오후에는 씨에스탄인간 뭐시긴가를 넣은 가스실에서 15초 정도 각종 제식과 소리지르기 등을 하고 나왔다. 오우 최루탄보다 더 독하다. 대한민국 육군의 방독면 작동률이 0%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승의 날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문득 보고 싶어졌다. 어젯밤에 백일휴가 나가는 꿈을 꿨다. 사회가 벌써 그리워진다. 오늘 화생방훈련을 받을 때도 지나가던 고딩들이 얼마나 반갑던지(내가 무슨 로리타도 아니고 –;). 군이라는 사회에 하루하루 고립되어 가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있었던 사회에서 잊혀지고 나 또한 그곳을 잊어가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프겠지만 그것이 하루하루 나의 모습이다. 이런.
오전부터 오후까지 화생방에 매진한 하루였다. 오전에는 이런저런 훈련들을 하면서 화생방 실전훈련에 대한 대비를 했고, 오후에는 씨에스탄인간 뭐시긴가를 넣은 가스실에서 15초 정도 각종 제식과 소리지르기 등을 하고 나왔다. 오우 최루탄보다 더 독하다. 대한민국 육군의 방독면 작동률이 0%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2002년 5월 17일
오늘은 하루종일 사격술 예비훈련이 있는 날이다. 사격은 내가 군에서 배울 것들 중 가장 고급의 기술이겠지만, 어쨌든 다른 과목보다는 재미있다(내 생각에 군에서 재미있다는 말은 시간이 빨리간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 같다). 내 훈련복은 남대문이 고장나서 땅바닥에 자꾸 닿아서 짜증났다. 식사를 마치고 오니 엄마한테 편지가 와 있었다. 꽤 기뻤다. 여전히 기분나쁘게 꾸리꾸리한 날씨가 계속되서 그런지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 갑자기 김광석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오늘은 하루종일 사격술 예비훈련이 있는 날이다. 사격은 내가 군에서 배울 것들 중 가장 고급의 기술이겠지만, 어쨌든 다른 과목보다는 재미있다(내 생각에 군에서 재미있다는 말은 시간이 빨리간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 같다). 내 훈련복은 남대문이 고장나서 땅바닥에 자꾸 닿아서 짜증났다. 식사를 마치고 오니 엄마한테 편지가 와 있었다. 꽤 기뻤다. 여전히 기분나쁘게 꾸리꾸리한 날씨가 계속되서 그런지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다. 갑자기 김광석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2002년 5월 18일
5.18인데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하긴 뭘 기대하냐. 일어나자마자 일일취사를 하러 갔다. 취사병 왕고가 그러는데 안정환이 타임지 모델이 되었단다. 쯧, 이것도 소식이라고 들으니 기쁘다.
5.18인데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하긴 뭘 기대하냐. 일어나자마자 일일취사를 하러 갔다. 취사병 왕고가 그러는데 안정환이 타임지 모델이 되었단다. 쯧, 이것도 소식이라고 들으니 기쁘다.
2002년 5월 25일
오전 수업이 끝난 뒤에 분대별 토의를 한 뒤 그 결과물을 제출하는 시간이 있었다. 올바른 토론문화가 존재하리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많은 아이들이 징병제 또는 국방비에 대해서 그렇게 군사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애니웨이 기분은 ㅤㅅㅞㅅ이었다. 파상풍 주사를 맞고 무한 작업을 계속하다가 저녁을 먹었다. 작업은 훈련보다 우울하게 지나간다. 작업은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 모던 타음즈>의 채플린같은. 적어도 훈련은 배워간다는 성취감이라도 있지 않나? 하긴, 그것도 '우울한' 성취감이군. 하여튼 우울한 주말이다.
오전 수업이 끝난 뒤에 분대별 토의를 한 뒤 그 결과물을 제출하는 시간이 있었다. 올바른 토론문화가 존재하리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많은 아이들이 징병제 또는 국방비에 대해서 그렇게 군사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애니웨이 기분은 ㅤㅅㅞㅅ이었다. 파상풍 주사를 맞고 무한 작업을 계속하다가 저녁을 먹었다. 작업은 훈련보다 우울하게 지나간다. 작업은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 모던 타음즈>의 채플린같은. 적어도 훈련은 배워간다는 성취감이라도 있지 않나? 하긴, 그것도 '우울한' 성취감이군. 하여튼 우울한 주말이다.
2002년 5월 28일
사단장이 왔다. 진짜로 걸레로 먼지 닦았다. 교회까지 그 높은 돌계단의 먼지를 다 닦았다. 씨발.
사단장이 왔다. 진짜로 걸레로 먼지 닦았다. 교회까지 그 높은 돌계단의 먼지를 다 닦았다. 씨발.
2002년 6월 1일
오늘 아빠가 부모초빙강연했다. 너무 졸렸다. 엄마가 먹을 것 맣이 줬다. 엄마가 애들한테 콜라 쐈다. 부대구경시켜준다면서 중대장이나 소대장이 따라다녀서 결국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끝났다. 짜증난다. 면회는 무슨. 배웅도 제대로 못했는데. 저녁에 전우조 애들이 샤워할 때 엄마가 준 스닉커즈랑 트윅스 몰래 먹었는데 너무 달콤해서 셋이 엉엉 울었다. 남들이 초코파이 처음 먹으면 운다더니 나도 그랬다니 졸라 쪽팔린다. 제대하면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야지.
오늘 아빠가 부모초빙강연했다. 너무 졸렸다. 엄마가 먹을 것 맣이 줬다. 엄마가 애들한테 콜라 쐈다. 부대구경시켜준다면서 중대장이나 소대장이 따라다녀서 결국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끝났다. 짜증난다. 면회는 무슨. 배웅도 제대로 못했는데. 저녁에 전우조 애들이 샤워할 때 엄마가 준 스닉커즈랑 트윅스 몰래 먹었는데 너무 달콤해서 셋이 엉엉 울었다. 남들이 초코파이 처음 먹으면 운다더니 나도 그랬다니 졸라 쪽팔린다. 제대하면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야지.
2002년 6월 9일
주말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행군이 끝난 다음날 군에서의 첫 부재자투표를 했다. 역시 서울시장과 처음 시행되는 시의회 비례대표제가 초유의 관심사인 것 같다. 어쩌면… 나만 그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내 오랜된 소신에 따라 당과 후보를 선택한 뒤 투표했다. 김XX 조교가 일병정기휴가를 가서 타이슨이 새 내무분대장이 되었다. 분위기 험악해서 미치겠다.
주말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행군이 끝난 다음날 군에서의 첫 부재자투표를 했다. 역시 서울시장과 처음 시행되는 시의회 비례대표제가 초유의 관심사인 것 같다. 어쩌면… 나만 그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내 오랜된 소신에 따라 당과 후보를 선택한 뒤 투표했다. 김XX 조교가 일병정기휴가를 가서 타이슨이 새 내무분대장이 되었다. 분위기 험악해서 미치겠다.
2002년 6월 15일
을지신병교육대를 떠나 1107야공단에 왔다. 나는 153대대 작전병이 되었다. 아직은 별 느낌없다. 집에 전화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갈굼당했다.
을지신병교육대를 떠나 1107야공단에 왔다. 나는 153대대 작전병이 되었다. 아직은 별 느낌없다. 집에 전화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갈굼당했다.
2002년 8월 6일
백일휴가 D-2. 일요일 시네마천국에서 울려퍼지던 그 목소리, 그 선율. Nick Cave의 “Let It Be”가 잊혀지지 않는다. Nick Cave다운 해석이다.
백일휴가 D-2. 일요일 시네마천국에서 울려퍼지던 그 목소리, 그 선율. Nick Cave의 “Let It Be”가 잊혀지지 않는다. Nick Cave다운 해석이다.
2002년 10월 6일
아! 쫌! 말 되는 걸로 혼내라.
아! 쫌! 말 되는 걸로 혼내라.
2002년 12월 15일
우울한 한 주였다. 내가 실수를 한 것 때문에 혼나거나 해서가 아니다. 군대의 불합리한 시스템 때문에 내 영혼이 ㅤㅉㅣㅊ기거나 한 적도 없다. 다만 상황판을 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앵커의 목소리 때문에 너무 우울하다. XX형을 소재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논하는 정신교육 교재가 나를 미치게 한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돌아버리겠다.
우울한 한 주였다. 내가 실수를 한 것 때문에 혼나거나 해서가 아니다. 군대의 불합리한 시스템 때문에 내 영혼이 ㅤㅉㅣㅊ기거나 한 적도 없다. 다만 상황판을 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앵커의 목소리 때문에 너무 우울하다. XX형을 소재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논하는 정신교육 교재가 나를 미치게 한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돌아버리겠다.
2003년 1월 5일
그래도 한 해가 갔다. 아쉬웠던 대선, 25살(20대 중반 –;), 일병(즐…). 아무리 생각해도 병장은 되어야 할 나이 아니냐구! 작전장교가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이제 술 쳐먹고 들어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뭔가 시키는 데 도무지 못 알아먹겠다. 빨리 군수과로 가라.
그래도 한 해가 갔다. 아쉬웠던 대선, 25살(20대 중반 –;), 일병(즐…). 아무리 생각해도 병장은 되어야 할 나이 아니냐구! 작전장교가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이제 술 쳐먹고 들어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뭔가 시키는 데 도무지 못 알아먹겠다. 빨리 군수과로 가라.
2003년 2월 16일
인사과장 때문에 살인충동까지 느꼈던 하루였다. 나쁜 놈. 니가 내무부조리를 색출할 게 아니라 스스로 처벌해야 된다. 병은 간부노리개라도 되냐? 참 나. 완전 기분잡친 하루였다. 제길. 정작과에서 상황실까지 발 걸어도 안 넘어지니까 어째깨까지 잡고 넘어뜨리려 해 놓고 뻔뻔하게 장난도 못 치냐고 하는 그 XX 개새끼. fuck.
인사과장 때문에 살인충동까지 느꼈던 하루였다. 나쁜 놈. 니가 내무부조리를 색출할 게 아니라 스스로 처벌해야 된다. 병은 간부노리개라도 되냐? 참 나. 완전 기분잡친 하루였다. 제길. 정작과에서 상황실까지 발 걸어도 안 넘어지니까 어
2003년 5월 4일
부사수 XX때문에 걱정이다. 일은 가르쳐야 되는데 가르쳐 줄 시간은 없고 졸라 쉬운 일도 못하고 쩝. 그래도 어제 잠결에 일어나서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참 어이없는 한 편 너무 혼내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부터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가르쳐야겠다. 후임갈구는 선임이 되지 말자고 결심하고 군대에 왔는데 이렇게 맨날 갈궈서야 되겠나.
부사수 XX때문에 걱정이다. 일은 가르쳐야 되는데 가르쳐 줄 시간은 없고 졸라 쉬운 일도 못하고 쩝. 그래도 어제 잠결에 일어나서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참 어이없는 한 편 너무 혼내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부터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가르쳐야겠다. 후임갈구는 선임이 되지 말자고 결심하고 군대에 왔는데 이렇게 맨날 갈궈서야 되겠나.
2003년 10월 26일
내일이면 유격이다. 별로 긴장도 안 되고 무섭지도 않다. 다만 귀찮을 뿐. 분대장도 귀찮다. 이런 식으로 군대에서 익숙해져 가는 것이군. 내년 6월 8일까지 이제 한 7개월 남았는데 정말 괴롭다.
내일이면 유격이다. 별로 긴장도 안 되고 무섭지도 않다. 다만 귀찮을 뿐. 분대장도 귀찮다. 이런 식으로 군대에서 익숙해져 가는 것이군. 내년 6월 8일까지 이제 한 7개월 남았는데 정말 괴롭다.
2003년 11월 27일
지지부진한 공부계획을 바로 잡고자 학습계획을 세웠다. 군대에서의 식간을 많이들 시간낭비라고들 한다. 요즈음은 정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많이든다. 공허한 분대건제유지, 의미없는 부대진단, 불합리한 이중지시. 오로지 실적과 기록만을 위한 업무 속에서 스트레스가 없길 바라는 것도 참 욕심이다. 바빠서 바깥의 사람들은 잊고 지내는 요즘이지만, 3동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에게도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일들이 있었지만, 뜻이 맞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즐거웠는데. 다시 그때로 돌려준다면 학교에도 매일 8시까지 가고,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군. 더 이상 '찾아서 하는' 업무를 안 하기로 한 이상 나의 시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해서 인생설계 좀 해야겠다. 책도 열심히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지지부진한 공부계획을 바로 잡고자 학습계획을 세웠다. 군대에서의 식간을 많이들 시간낭비라고들 한다. 요즈음은 정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많이든다. 공허한 분대건제유지, 의미없는 부대진단, 불합리한 이중지시. 오로지 실적과 기록만을 위한 업무 속에서 스트레스가 없길 바라는 것도 참 욕심이다. 바빠서 바깥의 사람들은 잊고 지내는 요즘이지만, 3동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에게도 해야만 하는 재미없는 일들이 있었지만, 뜻이 맞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즐거웠는데. 다시 그때로 돌려준다면 학교에도 매일 8시까지 가고,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군. 더 이상 '찾아서 하는' 업무를 안 하기로 한 이상 나의 시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해서 인생설계 좀 해야겠다. 책도 열심히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2004년 2월 23일
요즈음 이승연이 단연 화제이다. 중군위안부를 소재로 누드를 찍었다는 것이 문제인데, 내무실의 반응은 '보고싶다', '흥분된다' 정도이군. 에휴.
2003년은 과히 '벗어제끼는'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쩌면 나와 같이 군생활을 같이 한 사람들 중에서 나중에 '내가 군대있을 때 연예인들이 누드를 많이 찍어서 좋았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이승연의 경우 누드를 시각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내비치면서도 다들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어서 작년의 경우와 상당히 다른 반응으로 느껴진다. 백지영 비디오 사건이 떠오르면서 어쨌거나 결과는 자본과 남성에 의해 소비될 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여성의 신체에 대해 국가차원의 폭력이 가해졌던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그다지 현명한 생각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이승연이 단연 화제이다. 중군위안부를 소재로 누드를 찍었다는 것이 문제인데, 내무실의 반응은 '보고싶다', '흥분된다' 정도이군. 에휴.
2003년은 과히 '벗어제끼는'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쩌면 나와 같이 군생활을 같이 한 사람들 중에서 나중에 '내가 군대있을 때 연예인들이 누드를 많이 찍어서 좋았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이승연의 경우 누드를 시각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내비치면서도 다들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어서 작년의 경우와 상당히 다른 반응으로 느껴진다. 백지영 비디오 사건이 떠오르면서 어쨌거나 결과는 자본과 남성에 의해 소비될 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여성의 신체에 대해 국가차원의 폭력이 가해졌던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그다지 현명한 생각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2004년 3월 5일
군대생활도 이제 끝나간다. 선임들은 100일이면 아직도 한참 남았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군에서의 생활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도리 지 궁금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즐거운 공간인 동시에 생각했던 것보다 최악의 공간이다. 군에서 내가 변했을지도 궁금하고 밖에 나가서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군대생활도 이제 끝나간다. 선임들은 100일이면 아직도 한참 남았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군에서의 생활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도리 지 궁금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즐거운 공간인 동시에 생각했던 것보다 최악의 공간이다. 군에서 내가 변했을지도 궁금하고 밖에 나가서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2004년 3월 19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주가 가결된 이후 군에서는 '엄정한 정치적 중립'속에 '군 본연의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문이 하도 많이 와서 귀찮다. 나는 의문이 든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존재하는가? '군 본연의 자세'가 존재하는가? 이따구 조직이 '신뢰'받을 자격이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주가 가결된 이후 군에서는 '엄정한 정치적 중립'속에 '군 본연의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공문이 하도 많이 와서 귀찮다. 나는 의문이 든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이 존재하는가? '군 본연의 자세'가 존재하는가? 이따구 조직이 '신뢰'받을 자격이 있는가?
2004년 4월 20일
민주노동당이 약진했다.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에 길이남을 성취군. 정확히 바깥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이다. 교육담당관이 그래도 눈은 좋은지 3중대에서 체 게바라나 티토의 평전같은 것들을 압수해왔다. 3중대 아저씨가 말하는 걸 보니 그냥 폼으로 산 것 같다. 혁명이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겠냐마는 민노당의 이번 성취가 단지 보수정당에 대한 반대급부나 혁명이 팔리는 시대의 일시적 징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진보의 여정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이기를.
민주노동당이 약진했다.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에 길이남을 성취군. 정확히 바깥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이다. 교육담당관이 그래도 눈은 좋은지 3중대에서 체 게바라나 티토의 평전같은 것들을 압수해왔다. 3중대 아저씨가 말하는 걸 보니 그냥 폼으로 산 것 같다. 혁명이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겠냐마는 민노당의 이번 성취가 단지 보수정당에 대한 반대급부나 혁명이 팔리는 시대의 일시적 징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진보의 여정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이기를.
2004년 5월 2일
< 불새> 재방송을 안 한다. MBC 나쁜 것들… 아 이은주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구~!
< 불새> 재방송을 안 한다. MBC 나쁜 것들… 아 이은주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구~!
동생이 현 군복무중인 나로서는 그냥 웃으면서 읽기엔 마음이 쬐~끔 아프오. ^^; 운전병이라 뭐그리 말할 것도 없지만서도.
운전병도 나름대로 힘들어. 동생분이 이등병이라면 맨손으로 기름만지고 계실지도… 겨울에 기름 만져봤어? 으… 갑자기 오한이…
어떻게 찾았나 한참 생각해봤는데, 내 미니홈피에 주소를 남겼었지… –;
죄송하지만 쬐금은 재밌네요. ^^;
군대에 가면 사람이 어떻게 단순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
그래도 용케 목표대로 마초맨이 되지 않고 살아남아 돌아오셨군요~
사람이 어찌나 단순해지는 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전역하던 시점에서는 상당히 마초적으로 변했었답니다. 갈수록 조금씩 덜 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