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를 타는데
발을 굴리면서
왜 트럭은 먼지를 일으키고
승용차는 저리도 검은가 생각하는데
바퀴들이 눈 같고 입 같다
나는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당신에게 조금 더 많은 말을 하고
가끔은 어깨나 팔꿈치를 툭툭 쳐보기로 할까
말을 하면서 마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마음을
선물처럼 줄 수 있다면 좋겠지
더 자주 더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까
위로의 끝에 새로운 이름이 고개를 들까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취하고
가로등이 두 개로 세 개로 무너지고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자전거를 타자
바퀴를 굴리면 쏟아지는 달콤한 풍경들이
우리를 지울 때까지
우리의 이름이 될 때까지
이근화, 「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우리들의 진화』(문학과 지성사, 2009), pp.116~117
오늘, 프라이버시에 위협을 느끼고 쓰지 않는 내 Google Buzz를 우리 회사의 차장님 한 분이 팔로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Buzz 사건이 아니더라도 요 몇 주간 이 블로그를 없앨까 이름을 바꿀까 고민했었다.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건 2004년부터 쌓아온 나의 ‘log’가 아까워서였다.
야근을 하고 있던 밤 10시경, 20일에 피지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인 후배가 메신저로 보내준 사이클론의 피지 강타에 따른 재난사태 선포 뉴스를 보며, 왜인지 문득 이근화의 시가 떠올랐다. ‘우리’를 ‘비인칭 또는 시뮬라크르’라 명명한 권말의 해설(이광호)을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가 맞거나, 내가 맞거나, 모두 틀렸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시를 읽는데 정답이 있을까. 어쨌든 우리가 0과 1의 세상에서 만나고 있는 관계로 ‘당신의 어깨나 팔꿈치를 툭툭 쳐’ 볼 수는 없지만, ‘당신에게 좀 더 많은 말을 하고’ ‘말을 하면서 마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마음을 선물처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이 평행선에 놓여있지 않았기에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다른 속도로 살고 다른 꿈을 꾸고 있지만,
당신에게 내가 위로가 되고 나에게 당신이 위로가 되고,
그 위로의 끝에 ‘우리’의 이름이 새로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러려면, 좀 더 많은 말을 해야 될테니 자주 만나자. 댓글들도 좀 달아주시고.
2006년 5월 28일,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
절대로 네 사랑으로 꽉 채워진 이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 아니면 네가 상상한 것에 불과하냐 하고 묻지는 말아야 한다.
예전엔 묻지 않았다. 이젠 묻는다.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
나는 ‘소주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따위를 바라는 여성은 없다.
알랭 드 보통의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나오는 연애론이 사실이라면, 나는 대략 가망없다.
지난 몇 번의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오른손이 2월 6일부터 마비상태이다. 이렇게 들으면 심각해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조금 나은 상황으로 들릴지도? 오른쪽 팔꿈치 주위의 신경이 눌려 손부분에 마비가 온 것이고, 오른손목은 사실상의 불수의근, 손가락들은 반수의근의 상태이다. 어찌되었건 사지멀쩡하지는 않으니 대학병원도 가고, 한의원도 가고, 신경외과도 갔더랬다. 의사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시간이 약이다.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일당 2~3주 기다려보자. 그러나 난 자본을 가지지 못했으며 몸뚱아리로 먹고 사는 관계로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귀찮게 물어봤더니 조금 자세히 얘기해준다.
본 증상의 정식명칭은 요골신경마비라고 하며, 별칭은 신혼여행 증후군 혹은 토요일 증후군이다. 즉, 대단히 희귀한 병이 아니라, 우리네 장삼이사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이 증세가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위는 다음과 같다. 신혼여행 첫날밤 뜨거운 첫(?) 섹스를 마친후 로맨틱과 에로틱의 하모니가 정점에 당했을 때 여성이 말한다. “자기 나 팔 베개 해줘.” 남성은 당연히 자신의 팔을 제공하고, 둘은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찬 밤을 보낸다. 흔히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지만, 여자의 머리무게조차 갈대같지는 않은 법. 남성의 팔이 여성의 머리에 밤새 압박을 당하고, 결국 다음날 일어났을 때 남성의 팔은 마비상태이다. 그렇게 여성이 모든 짐을 든 채, 남편은 외인구단의 최관 선수마냥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신혼부부의 수가 꽤 된다고 한다. 나를 진료한 서울시의 저명한 대학병원도 의사에게도 2주에 한 번씩 환자가 찾아온다고 한다. 빠르면 2~3주, 길면 3~6개월 뒤에 눌렸던 신경이 회복되면서 원상복귀하므로 크게 걱정할 증세는 아니나, 마비가 장기화될 경우 근육이 구축하여 추후 신체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꾸준히 손과 팔을 움지겨 근육이 마르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내가 억울한 건, 금요일에 맥주 한 잔 가볍게 마시고 주말 아침까지 10시간의 숙면을 취한 죄 밖에 없다는 거다. 난 그날 뜨거운 첫날밤은 커녕, 이성의 손도 못 잡아봤고 심지어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조차 남자였는데! 왜 가는 병원마다 결혼했냐고 물어보고, 여자친구있냐고 물어보냔 말이다! 꼭 팔베개를 해줘야 생기는 건 아니잖아?…라고 외치니 의사선생님께서는 혼자서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죠…라고 대답하셨다. 내가 더러워서 이 손이 나으면 지금 이미 들어와 있는 선 1건, 소개팅 3건을 통해 솔로를 탈출하고 말겠다.
한편, 이 사건의 전모를 들은 모씨의 한 마디.
“한마디로 자위하다가 성병 걸린 꼴이네.”